전광우(왼쪽 네번째)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관계자들이 2008년 3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조직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새로 출범시켰다. 김명진 기자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짜여졌다. 그때까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나뉘어 있던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를 설치하면서 하나로 합했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선 정책과 감독의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견제받지 않는 금융 권력기구인 금융위가 엠비 정부의 친기업주의·성장주의와 결합하면서 금융안정을 해치고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그런 우려는 자본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2011년 6월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해 지금의 ‘괴물’ 운용사들의 출현을 알렸다. 처음엔 규제가 다소 까다로워 사모펀드 시장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단행했다. 운용사를 인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설립할 수 있게 해주고, 펀드 설립 보고는 사전보고에서 사후보고로 바꾸면서 보고 내용을 대폭 간소화했다. 개인의 최소투자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라임자산운용의 변칙적 행태는 대부분 당시 규제완화로 가능해진 것들이었다.
반면에 간단한 사후보고만 받는 금융감독원은 이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은 없는지 등을 알지 못하는 무방비 상태가 됐다. 국내에 출시된 사모펀드는 1만개가 넘지만, 라임 사태 이전까지 이를 관리하는 금감원 직원은 2명뿐이었다. 금융위의 규제완화 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 선진국들이 금융감독 강화에 나선 추세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현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2017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현 정부에서도 금융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방점이 찍히면서 금융감독 강화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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