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천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이 사모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케이비(KB)증권·대신증권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특히, 징계 수위가 지난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에게 내렸던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시선을 끌고 있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9일 라임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와 케이비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사 3곳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핵심 근거는 이들 판매사가 신상품 개발과 판매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날 제재 수위가 디엘에프 때보다 높아진 배경과 관련해 “은행은 의사결정 단계가 더 많아서 본부장들이 내부통제기준의 제정권자인 데 비해 증권사는 대표이사가 제정권자”라며 “디엘에프 때는 은행장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렸는데 이번엔 증권사 대표이사가 행위자이기 때문에 징계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의 의사결정 구조 차이가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 5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를 받게 되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는데, 문책경고는 3년, 직무정지는 4년이다. 지금까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중징계를 통보받으면 곧바로 사퇴하는 게 관례였으나, 올해 초 디엘에프 관련 제재 때는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이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최종 제재 수위는 9명(금감원 내부 4명, 외부 5명)으로 구성된 제재심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재심은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디엘에프 제재 때는 제재심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감원 검사부서의 제재안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금감원 쪽이 내세우는 제재의 법적 근거는 디엘에프 때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는 법령 준수, 주주·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현행 지배구조법에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를 징계할 근거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반론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라임 사태는 운용사 부실 책임이 크며, 고객들에게 피해 배상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디엘에프에 이어 라임 건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 중징계라는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감에 따라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우선 제재 대상 증권사 중에서 케이비증권은 박정림 현 대표이사가 라임 펀드가 주로 판매된 2019년 당시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터라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제재가 직무정지로 결정될 경우 대표이사가 교체될 수도 있다. 신한금투와 대신증권은 당시 대표이사가 퇴임한 상태다. 또한 금감원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검사한 데 이어 하나은행도 검사할 방침이어서 이 세 은행도 조만간 제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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