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초저금리 시대에 단기 수익을 쫓아 증시로 몰리는 유동자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9월말 기준 53조8801억원으로 지난해말(27조3933억원)에 견줘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환매조건부채권(RP)잔고(82조8264억원)와 파생상품예수금(11조4242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961억원)을 합한 증시 주변자금은 148조4679억원으로 지난해말(98조5691억원)보다 50% 넘게 늘었다. 지난달 7일에는 사상 첫 16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25%(13조668억원) 증가한 64조9352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연초 73조6489억원에서 9월말 55조4400억원으로 24.7%(18조2089억원) 쪼그라들었다. 지난 3월 증시가 급락하자 펀드에서 자금을 빼 직접투자에 뛰어드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국내증시에서 58조2589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연간 기준 최대 순매수 기록으로, 지난 19년(2001~2019년) 동안 개인이 순매도한 금액(40조6천억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만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16조3505억원)도 지난해말보다 77.5% 급증한 점은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다.
이같은 증시 열풍은 코로나19에 대응해 3천조원이 넘는 돈이 시중에 풀린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7월 통화량(M2·3093조원)은 1년 전보다 10.1% 늘어 10년9개월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현금과 수시입출식 예금 등 단기부동자금(M1)이 23% 급증했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개인들의 주식비중 확대는 부동산과 예금에 치우친 자산의 다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투기 억제와 장기투자 유도를 위한 주주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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