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경고등’을 울리며 급증하던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최근 하루 2400억원 이상 줄어드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규대출 죄기 움직임에 몰렸던 가수요가 흡수되고, 은행들도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 17일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9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날인 16일(126조3335억원)에 견줘 2436억원이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증가 추세를 유지하다 17일에 감소했다. 이번 주에 흐름이 이어질지는 봐야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은행들이 관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급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17일 전까지만 해도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14일 5179억원, 15일 3448억원, 16일 2735억원이 각각 증가하는 등 사흘새 1조1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자부담이 줄어든 사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의미)로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였던 8월 신용대출 증가액(금융권 전체 6조2000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주요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임원은 지난 14일 영상회의를 열어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신용대출 잔액이 17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출 급증세가 수그러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대출보다 쉬운 신용대출로 충당하려는 수요가 있고, 공모주 청약 등이 남아있어 대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은행 창구에선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출을 관리하는 월별 신규금액 한도가 소진돼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고심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진 이들이 빌리는 생계형 대출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로 나간 돈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를 올리는 것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황이 심화되면서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용대출 급증세라도 잡기 위한 고소득·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와 대출한도 축소 등만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오는 25일까지 금감원에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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