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6.10포인트(1.09%) 내린 2,375.81에, 코스닥은 8.82포인트(1.00%) 내린 869.47로 장을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7원 오른 달러당 1,18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지만 9일 국내 증시의 하락폭은 1%대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개인투자자들이 큰 폭 순매수에 나서고 지수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 주가가 선방하면서 충격을 흡수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도 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악재가 겹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날 코스피는 1.09%(26.10) 내린 2375.81에 거래를 마쳤다. 실탄이 두둑한 개인이 5158억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인 60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가 연일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1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183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은 2183억원 어치 집중 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이틀 연속 외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수가 들어오며 0.51% 하락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1.0%(8.82) 하락한 869.47로 장을 마쳤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7원 오른 달러당 1189.1원에 마감했다.
앞서 8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4.11% 급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이 기간 10% 추락했다. 기술주 주가가 더이상 지속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며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애플(-6.73%), 테슬라(-21.06%), 마이크로소프트(-5.41%) 등이 이날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400% 가까이 치솟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주가지수(S&P500) 편입이 불발되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지난 3거래일 동안 미국 상위 6개 기술주의 합산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이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기술주 상승 랠리에 연료를 공급한 ‘나스닥의 고래’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미 증시에 충격을 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한 달 동안 아마존 등 기술주들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주식을 살수 있는 권리)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옵션거래 반대편에 있는 은행들은 위험회피를 위해 현물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어 기술주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옵션 청산에 나서면 이들 기술주 주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술주 주가도 과열 조짐을 보여 지수 하락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기술주 급락으로 국내 투자자들도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차익실현 매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선물옵션 만기일인 10일은 지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기술주는 하드웨어 비중이 높아 주가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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