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깊어진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인 산업 구조의 변화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치는 44.78%로 지난해 8월 평균(33.51%)보다 11.2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월에는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33.45%에 그쳤다. 시총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 종목의 시총 비중도 24.19%로 지난해 연말(18.12%)보다 늘었다. 시총 2~5위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엘지(LG)화학의 시총은 모두 50조원 초중반대다. 시총 50조원을 넘는 기업이 2개 이상 나온 적은 코스피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2차전지, 바이오, 전기차 등으로 산업 구조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탓에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원자재의 나라 캐나다에서도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가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인도의 삼성’으로 불리는 재벌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자회사인 디지털기업 지오플랫폼의 성장 기대감에 시총이 3월말 이후 2배로 뛰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과거에는 해당 산업의 호황을 업고 탄생했다면 지금은 산업구조 자체의 변화로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쏠림현상이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 들어 개인 거래 비중은 64.0%로 지난해 47.5%에 비해 큰 폭 커졌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은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데 반해, 개인은 실적이 좋아질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오른 종목이 더 오르는 양극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코스피가 연중 최저였던 지난 3월19일 이후 지난 2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에는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시총 상위권 종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에스케이바이오팜 제외)은 92.55%로 지수 상승률(61.48%)보다 높았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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