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입구. 한겨레 자료사진
보이싱피싱 피해자 중에서 ‘대출빙자형’ 피해가 77%로 가장 많으며, 사기범에게 속아서 급전을 주로 마련하는 곳은 과거 대부업체 중심에서 최근에는 카드사·캐피탈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년여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5천명에 대한 피해자 속성 빅데이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런 피해 유형이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피해자 중 ‘대출빙자형’ 피해자가 10만4천명(76.7%)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칭형’은 3만1천명으로 23.3%를 차지했다. 사칭형의 일종인 ‘메신저피싱’은 2018년 이후 증가하는 모습이 두드러지며, 계절적으로 4분기에 증가했다.
대출빙자형은 대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서 대출 알선이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명목으로 작업비를 요구하는 유형이다. 사칭형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공공기관을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전통적인 수법을 말한다. 메신저피싱은 메신저에서 가족이나 지인, 직장동료를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유형을 말한다.
대출빙자형 피해 자금의 원천은 2017년 대부업체 중심에서 점차 카드사·캐피탈로 전환되었고, 올해 1분기에는 카드사의 비중이 48.2%로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기범들은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상향이나 대출 한도 상향을 명분으로 일정 금액을 미리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피해자들은 이 돈을 급히 마련하고자 주로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 피해자들이 이런 목적으로 신규대출을 받은 금액이 최근 3년간 총 2893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피해자의 피해금 이체일 기준 3일 이내에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을 집계한 것이다. 이 가운데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대출금이 2632억원으로 91%를 차지했다.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대출금이 인출된 금융권역은 카드사가 29.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저축은행(23.4%), 대부업(21.3%), 캐피탈(19.1%) 순이었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 카드사 비중이 48.2%에 이르렀고, 이어 캐피탈(20.6%), 저축은행(19.7%), 대부업(2.9%)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대출을 받으려면 대면으로 서류 작성 등을 해야 하는 반면 카드사·캐피탈은 모바일로 손쉽게 대출이 가능한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32.9%로 가장 취약했으며, 이어 40대 27.3%, 60대 15.6% 순이었다. 대출빙자형은 자금수요가 많은 40대와 50대의 피해 비중이 높았으며, 사칭형은 50대·60대 피해 비중이 높았다. 메신저피싱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별 피해 비중은 남성이 51.6%, 여성은 48.4%였다. 사칭형과 메신저피싱은 여성이 각각 69%, 70.6%나 차지했다.
신용등급별로는 사칭형은 1~3등급의 고신용자들(65.1%)들이 취약한 반면에 대출빙자형은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58.8%나 차지했다. 금감원은 “고객 피해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카드·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대출을 취급할 경우 보이스피싱 예방 문진(비대면)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피해자 속성을 반영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잠재 취약고객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고도화해 피해예방 기능을 높일 방침이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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