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이 무산된데 이어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해 현산이 ‘진짜’ 인수의지가 있는지 채권단이 의구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산업개발의 전날 재실사 요구 보도자료에 대해 “엠엔에이(M&A·인수합병) 절차에서 수용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검토 및 현산 쪽 인수의지의 진정성 관련 저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짤막한 입장만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6월 현산이 인수조건 재협의를 들고 나왔을 때 산은이 보인 반응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 산은은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산이 자꾸 언론에다가 이야기를 하니, 이동걸 회장 등 산은 쪽은 현산이 인수에 진정성이 있는지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산은 26일 “다음달 중순부터 12주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하는 공문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 안팎에선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 수용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채권단 관계자는 “보통은 고위급에서 물밑 교섭을 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산의 요구대로 12주 동안 재실사를 받는 것은 채권단이나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새 인수자를 찾는 대신 연말까지 현산의 결정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해 “인수합병 과정에서 딜이 깨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랜비(B)’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인수를 포기하면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모든 부분을 열어놓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이 플랜비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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