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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서면논의? 60년대 연애 하나” 아시아나 매각 놓고 산은-현산 ‘팽팽’

등록 2020-06-17 18:14수정 2020-06-18 02:36

산업은행 온라인 브리핑…이동걸 회장, 아시아나 등 의견 밝혀
쌍용차 지원엔 “돈만 넣으면 살릴 수 있다고 하는 건 오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7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브리핑을 했다. 이 회장은 “주어진 일만 생각해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면서 “9월까지 미련없이 일하겠다. 임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7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브리핑을 했다. 이 회장은 “주어진 일만 생각해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면서 “9월까지 미련없이 일하겠다. 임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7일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갈등을 노출한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 “아직까지 현산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수협상을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이 회장은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앤마힌드라(마힌드라)가 더이상 투자 계획이 없음을 밝힌 쌍용자동차에 대해선 “산은이 돈만 넣으면 살릴 수 있다고 하는 건 오산”이라면서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쌍용차 지원 등에 대한 채권단의 입장을 밝혔다. 최근 현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에 인수상황 재협의를 위한 거래종료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회신했지만, 그동안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한 것과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인수의지’를 의심받아 왔다.

산은은 이날 현산에 다시 인수의사 등을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상호신뢰가 전제가 되어야 거래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 현산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현산이 서면으로 논의하자는 제안에 대해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 (서면으로는) 진지한 논의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면 협상을 제안했다.

이날 산은은 현산이 제기한 인수 재점검 상황을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도 함께 내놨다. 당초 산은은 현산의 발표 뒤 ‘불쾌감만 담긴’ 1쪽짜리 자료만을 내놨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5천억원 증가한 것에 대해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며, 금액은 다소 과대하게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 의견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과 완전히 다른 의미이고,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현산 쪽 요청사항에 수차례 공문 및 자료를 통해 답변했다고 밝혔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산은은 이 거래 외에도 여러가지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에둘러 채권단을 공박한 현산 쪽을 비판했다. 또 최 부행장은 “엠엔에이 과정에서 거래가 ‘드랍’(실패)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이다. 인수가 포기되면 시장상황을 감안해 ‘플랜비(B)’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현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산은은 40조원이 마련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가지고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를 지원할지에 대해선 기금의 목적상 코로나 이전부터 문제가 있는 회사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쌍용차가 지원을 받기 위해선 노사 등 책임있는 주체들의 노력과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노사가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며 “죽으려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인데 쌍용차는 아직도 살려고만 하지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주주 마힌드라는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산은은 일단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900억원을 회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밖에 산은은 대한항공이 자구안으로 내놓은 뒤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선 원하는 값을 받을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매각이 빨리 진행되지 않더라도 다른 부분이 커버할 수 있도록 (대한항공과) 약정은 진행했다”고 했다. 산은은 연말까지 대한항공에 8000억원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기금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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