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요즘 들썩이고 있다. 17일로 다가온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 선거에서 대형 회계법인 대표와 개혁적 성향의 전직 국회의원 등이 후보로 나서 엎치락 뒤치락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공회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한다. 이전에는 현장투표로 진행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회장 선거에 회계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 이상이다”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출신이 아닌 40대의 채이배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게 선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전 한공회장은 대형 회계법인 대표 출신이 많았다. 이번에도 회계법인 ‘빅4’ 가운데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의 김영식 대표가 출마했다. 여기에 현 한공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민근 안진회계법인 부회장과 중견 회계법인들을 대표하는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학계에서 나온 황인태 중앙대 교수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회장은 경제 관료 출신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다.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지난 2018년 11월부터 회계 개혁을 위해 시행된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계사 선발 인원을 축소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전자투표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예측이 많다. 그동안 현장투표를 할 때는 지방이나 중소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참여하기 어려웠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소속 회계사들에게 버스를 제공해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전 선거에 참여했던 한 회계사는 “아무래도 자신 회사에서 나온 사람에게 투표를 많이 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전자투표에 젊은 회계사들의 표심이 어떻게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지난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이 1000명 선으로 늘면서 40대 이하 젊은 회계사들은 전체 회계사(2만2천여명)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회계사는 “회계사들이 한국 경제를 위해 곧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제도와 조직이 여전히 필요한데, 한공회가 이번 선거를 통해 내적인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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