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체들이 상대적 고금리와 많은 적립 혜택 등을 내세운 통장을 잇달아 내놓으며 금융 시장을 넘보고 있다. 기술을 통해 금융을 주도한다는 이른바 ‘테크핀’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8일 국내 1위 통신 사업자인 에스케이(SK)텔레콤과 국내 1위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각각 새로운 통장 상품을 출시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모바일 금융서비스업체 핀크와 손잡고, 국내 1금융권 가운데 최고 수준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티(T)이득통장’을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티이득통장은 에스케이텔레콤 이용자에게 우대금리를 포함해 예치금 200만원까지 2%의 금리를 복리로 주는 통신사 주도 통장이다.
네이버도 다양한 적립 혜택이 담긴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자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내놓은 수시입출금 시엠에이(CMA·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으로, 예치금에 3% 이자를 줄 뿐만 아니라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를 하면 3%의 포인트도 함께 적립해준다. 8월31일까지 전월 실적 조건 없이 예치금 100만원까지 연 3%의 이자를 제공하지만, 9월1일부터는 전월 결제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준다.
네이버가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자와 포인트 충전 혜택 등 6900억원(삼성증권 추정)에 이르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통장을 내놓은 이유는 금융 영역으로 진출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다음, 결제 등 금융서비스까지도 네이버통장과 네이버페이로 묶겠다는 것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테크핀 기업들은 플랫폼에 입점한 상인들로부터 수취한 판매자 수수료 등을 활용하는 등 금융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테크핀 앱의 범용성, 소비자 혜택의 격차, 규제의 차이 등으로 인해 금융사 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카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도 금융 쪽으로 계속 발을 넓히고 있다. 간편결제와 송금 뿐만 아니라 증권·보험까지 영역을 넓히며 금융 소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인 카톡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이나 카드·보험사들이 카카오와 네이버와 협업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플랫폼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