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송아무개(36)씨는 지난 3월 결혼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결혼식을 미룬 탓이었다. 송씨는 국외로 가려던 신혼여행도 취소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1일 낸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송씨처럼 결혼과 여행 등을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 올해 1분기 여행사와 항공사, 예식 관련 서비스업 등이 사상 최악의 매출 감소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인터넷 쇼핑과 성형외과·정육점·주류판매점의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하나카드(개인 신용카드 기준)의 2019년 1분기와 2020년 1분기의 업종별 매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1분기 카드 매출액을 보면, 국내 여행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59% 감소했다. 면세점은 52%, 항공사는 50%가 줄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던 3월 실적만 떼놓고 보면 더 심각하다. 면세점(-88%), 여행사(-85%), 항공사(-74%)의 매출은 지난해 3월과 견줘 기록적으로 감소했다. 호텔(-58%)은 반토막이 났고, 예식 관련 서비스는 66%, 뷔페·출장연회 서비스는 6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 밀집도가 높아 영업 규제를 받은 학원 업종과 유흥업종도 실적 감소가 컸다. 지난 3월 무술도장학원의 매출은 85%, 예체능계열학원은 67%, 외국어학원은 6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원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방과 뒤 교육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개학이 미뤄지면서 바로 타격을 입었다. 유흥업종도 노래방(-50%·3월 기준), 유흥주점(-39%), 안마시술소(-39%)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하는 소비는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인터넷 쇼핑 매출은 41%가 증가했고, 홈쇼핑도 19%가 늘었다. 축산물·정육점과 주류전문 판매점의 매출도 각각 15%씩 증가했다. 연구소는 “집에서 조리해 먹는 ‘홈쿡’과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현상이 늘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비디오·음반(-46%)과 서적(-35%)의 매출은 감소해, 재택 기간이 늘어나도 취미 생활에 쓰는 소비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 업종도 대부분 매출이 줄었지만 성형외과(4%)와 안과(10%) 매출이 늘어난 게 눈길을 끌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 약국도 1분기 매출이 15% 가량 늘었다. 이밖에 1분기 자전거 업종의 매출(45%)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올 1월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로 감소세였지만 2월 36%, 3월 69%로 부쩍 성장했다.
보고서는 2004년 이후 매해 증가한 신용카드 이용액의 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때, 1분기 신용카드 매출의 순감소 폭은 16조~18조원 내외로 추산(체크카드 및 법인카드 제외)된다고 밝혔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고 긴급재난 지원금도 식재료 등 주로 생필품 구매에 사용될 것으로 보여 업종 전반의 매출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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