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을 전후해 퇴직한 이들 가운데 60.5%가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살까지 ‘은퇴 크레바스(깊은 균열)’를 건너기가 쉽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11일 낸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을 보면, 50살 이상 퇴직자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5%가 생활비 마련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20.1%는 매우 어렵다고 했고, 40.4%는 다소 어렵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이는 27.6%로, ‘별로 어렵지 않다’거나 ‘전혀 문제없다’고 답한 이는 11.9%에 불과했다.
퇴직자들은 생활비를 줄이거나 재취업 등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었다. 퇴직자 3명 가운데 2명(62.8%)은 생활비를 줄였다. 전체 평균 생활비는 251만7천원이었다. 50살을 전후해 퇴직한 이들 가운데 55.1%는 경제활동을 계속했다. 37.2%는 재취업을 했고, 17.9%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44.9% 가운데 절반 이상(64.8%)도 재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센터는 조사결과 2년 이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는데 실패하면 재취업 성공률이 크게 하락한다고 밝혔다. 재취업한 퇴직자들 가운데 79.3%는 1년 이내에 취업에 성공했다.
생활비 마련에 대한 부담도 컸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번달 생활비부터 모자란다는 응답도 7.2%였고, 종종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9.7%에 달했다. 여성의 사정은 더 어려워보였다. 남성 재취업자는 평균 293만6천원을 번다고 했지만, 여성의 경우 148만9천원에 그쳤다. 여성은 아르바이트 등 단기고용 취업이 많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노후준비의 주된 걱정거리로는 ‘의료비용’(71.7%·복수응답)을 꼽았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노후자금 부족(62%)과 자녀 결혼비용(56.2%)이 뒤를 이었다.
또 퇴직자 가운데 65.4%는 ‘퇴직 이후 감정·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가족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인 퇴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후유증을 겪는 이유로는 55살 이전 퇴직 남성은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압박감’(66.7%)을 주로 들었고, 55살 이후 퇴직 남성은 ‘성취와 사회적 지위 상실’(49.5%)을 주로 꼽았다. 연구센터는 “남성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여성은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찾으면서 퇴직 후유증을 주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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