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항공기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외 여행이 급격히 줄면서 항공기들이 공항에 묶였다. 연합뉴스
“항공사 마일리지를 꾸준히 모으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그냥 카드포인트 각종 혜택 카드로 바꾸었어요. 언제가는 좌석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써온 것인데 이제 포기하렵니다.”(국외 쇼핑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신용카드 발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3일 주요 신용카드 업체의 올 1분기 항공 마일리지 적립카드의 발급 건수를 확인한 결과, 업체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카드는 결제액 1000원당 1마일 꼴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줘, 비행기 좌석 등급을 올리거나 보너스 항공권을 노리는 여행객들에게 그동안 인기가 많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보통 반년 또는 일년 앞두고 마일리지 적립카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당분간 가기 힘들겠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 업체별로 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연계된 마일리지 카드를 각각 판매하고 있는 ㄱ업체는 올해 1분기 발급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 감소했다. 다른 ㄴ업체는 10%, ㄷ업체도 9%가 줄었다고 밝혔다. ㄷ업체 관계자는 “국외여행을 나가기도 어렵고 돌아오더라도 격리를 2주 동안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마일리지 카드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발급 감소 추세도 급격해지고 있다. ㄷ업체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 카드 발급율이 1월에는 증가세였다가 2월에 4% 감소한 데 이어 3월에는 28%가 줄었다. 핀테크업체인 뱅크샐러드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받은 마일리지 카드 신청을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발급건수(766건)는 1월(1581건)보다 51.54%나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지난 2월 국내에서 확산된 이후 전세계가 코로나19 감염 영향권에 들어간 3월 이후부터 발급 건수가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업체들은 그러나 전체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ㄴ업체 관계자는 “올 1분기 총 카드 발급 건수는 증가했다. 마일리지 카드만 업계 전반적으로 줄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카드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쇼핑 할인율이 큰 카드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간 것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마일리지 카드 연회비는 비싼 상품은 15만원에 이르는 등 다른 카드에 견줘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앞서 지난해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도 발급 감소에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말 마일리지 적립율의 경우 일등석은 높이고 일반석은 낮추고, 보너스 항공권의 요구 마일리지는 높여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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