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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기간산업 40조 지원’ 국회통과하며 고용안정 조건 후퇴

등록 2020-04-30 22:06수정 2020-05-01 02:41

개정 산은법 살펴보니

‘고용유지→일정수준으로’ 바뀌어
지분확보도 ‘지원액 20%내 출자’로

민주당 의원 “통합당이 요구한 것”
금융위 “고용안정 취지 변함없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고용안정과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을 전제로 기업에 막대한 돈을 지원하기로 한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마련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등 기업의 권한을 일부 보장하는 쪽으로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40조원 기금지원 조건으로 “고용 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 공유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지켜질 수 있을지 ‘디테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에서 전날 자정께 통과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보면 고용안정, 도덕적 해이 방지,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을 담은 기금 지원조건 조항이 일부 삭제되는 등 원안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에서 정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이를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노력하여야 할 사항을 정할 것”이었던 고용안정 관련 조항이,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에선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바뀌었다. 기금운용심의회가 고용 유지 총량을 정하는 것에서 ‘일정 수준’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세워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국외 사례를 보면 정부 또는 기금이 기업에 고용안정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보면, 미국은 항공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면서 고용총량 90%를 유지하는 조건을 부과했고 독일 경제안정화기금도 일자리 목표를 설정하는 조건으로 지원했다.

기업을 정상화한 뒤 정부·국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과 관련한 조항은 “기간산업기업의 경영 성과를 기금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에서 “자금 지원액의 20% 범위 내에서 출자(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를 포함할 것”으로 구체화했다. 또 출자와 관련해 취득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원안을 수정했다. 기금이 자금 지원으로 보유한 지분에 대해선 “주식을 처분할 때 증권시장을 통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기업의 주주 또는 지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기금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 정상화된 뒤 기존 대주주에게 주식을 팔겠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대한항공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이때 기금은 받은 주식으로 경영권에 관여할 수도 없고 나중에 대주주인 조원태 회장 일가에게 다시 넘길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만든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은 최종안에서 고용안정 조건이 축소된 것에 대해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미래통합당 쪽에서 요구했다”며 “개별 기업에 따른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결권 제한과 우선매수권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전염병에 의한 외부적 요인이어서 경영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통합당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문구가 수정됐지만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된 고용안정이라는 근본 취지에 변함이 없다”며 “추후에 관계 부처와 논의해 90~95% 수준의 고용 유지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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