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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리 스프레드’ 크냐 작냐에 따라…경제도 울고 웃는다

등록 2020-04-12 18:08수정 2020-04-13 02:04

신용에 따른 자금조달 이자비용 차이
‘테드 스프레드’가 대표적 신용지표

안전한 국채는 이자율 낮고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는 높아
경제위기 올 땐 이자율 격차 커지고
호황 땐 채무불이행 위험 적어 축소

대형은행간 자금거래 때 리보금리
미 연준 달러 뿌려 완만한 하락세
OIS와의 스프레드도 좁혀질 듯
“금융위기 때보다 빨리 안정” 전망
그래픽_김정숙
그래픽_김정숙

지난달 초 국내외 국채 금리가 급락(국채값 급등)하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중순 무렵 금리가 급반등하자 코로나19로 인한 신용경색 때문이라고 보도됐다. 반대 현상에 대해 왜 나쁜 쪽으로만 해석할까?

시장 금리 움직임은 대체로 경기와 물가를 반영한다. 다만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채권 발행자들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가세한다. 채권의 만기에 원리금을 떼일 수 있는 신용 위험은 물론 시장에서 중도에 적절한 가격으로 팔기 어려운 유동성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 2월 하순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처음 몇주 동안은 예상대로 채권값은 올랐다. 하지만 3월 들어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자 채권값도 덩달아 하락했다. 국채를 제외한 회사채와 투기등급 채권의 손실폭이 컸다. 빚이 많은 기업의 부도 위험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금융시장에는 이러한 위험을 경고하는 신용지표가 있다. 국가나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는데,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면 높은 이율을 제시해야 한다. 돈을 떼일 위험이 크면 채권자는 그만큼 높은 보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돈을 빌릴 때 생기는 신용에 따른 비용의 차이를 ‘신용 스프레드’나 ‘금리 스프레드’라고 부른다.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상은 국채와 회사채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의 이자율에서 안전한 국채의 이자율을 뺀 값이 스프레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국채 금리에 얹어 지급해야 하는 가산금리가 된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기업의 부도 위험에 대한 공포가 커져 회사채 금리가 오르고 국채 금리와 격차가 확대된다. 반대로 경제가 호황기에 진입하면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한 걱정이 누그러져 격차가 축소된다.

친구나 애인과의 거리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까이 붙어 있어야 믿음이 생긴다. 멀리 떨어지면 의심하게 된다. 장기간 만나기 힘들 정도가 되면 파국이 온다. 이러한 신용 스프레드의 팽창과 수축은 부채로 돌려막아 성장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포의 테드 스프레드

대표적인 신용지표로는 테드(TED:Treasury Euro-Dollar) 스프레드가 꼽힌다. 은행의 신용위험이 반영된 리보 금리에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3개월물) 금리를 뺀 수치로, 국제 단기자금 시장의 위험도를 살필 수 있다. 리보는 영국 런던 시장에서 대형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국제 기준금리다. 리보도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금수요가 많아져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줄어 금리가 떨어진다. 이와 달리 신용위기가 닥치면 은행 간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리보 금리가 급등한다.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자 리보는 2.8%에서 4.8%로 껑충 뛰었다. 은행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리보 금리가 내려간 것도 경기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자 2009년 3월 리보는 1%대로 급락했다.

반면 미국 국채는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된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내거나 세금을 더 걷으면 국채를 갚지 못할 위험이 제로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말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있었는데도 금리가 내리는 ‘미국 국채의 역설’이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테드 스프레드는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때보다 상업은행에 빌려줄 때 이자를 얼마 더 받아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이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음을 나타낸다. 스프레드가 더 확대되면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일어난다는 신호로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격차가 줄어들면 은행 간 돈 빌리기가 수월해졌다는 의미다.

2000년 들어 0.1~0.5%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이던 테드 스프레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저신용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2007년 8월 이후 0.5%포인트를 넘더니 이듬해 9월 이후에는 4.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에 0.5%포인트대로 돌아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급등한 리보-오아이에스

리보와 하루짜리 대출금리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의 차이를 ‘리보-오아이에스 스프레드’라고 한다. 오아이에스는 더 깊이 보면 은행간 하루짜리 변동금리와 교환하기로 약속한 고정금리다. 원금은 바꾸지 않고 이자의 차이만 바꾸는 거래여서 원금을 떼일 위험은 없다. 따라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리보에서 오아이에스를 뺀 값도 은행의 신용 위험을 나타낸다. 단기자금 시장의 사정이 나빠지면 리보는 상승하지만 오아이에스는 큰 변화가 없어 금리차가 벌어진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물 리보-오아이에스 금리 격차는 연초 0.35%포인트에서 지난달 27일 1.3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 격차가 1%포인트를 넘어선 건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 품귀 현상으로 리보 금리가 지난달 12일 0.74%에서 보름만에 1.45%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과 이에 따른 경제활동 마비로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은 말라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로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도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리보-오아이에스 스프레드는 2008년 10월 3.64%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달러 가뭄 해갈로 격차 좁혀지나

미 연준이 통화 스와프(맞교환) 확대 등 추가 조처를 통해 막대한 달러를 쏟아붓고 나서야 리보 금리는 이달 들어 소폭 하락해 9일 기준 1.31%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경색 현상이 다소 누그러진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리보-오아이에스 격차도 1.23%포인트로 조금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시장 진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이 지난 9일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회사채 매입 대상에 투기등급 채권까지 포함시키는 등 전방위 대책을 내놓아 신용 경색 리스크는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종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리보 금리가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50일이 걸렸다”며 “이번에 리보가 안정을 찾는 기간은 그때보다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 가뭄이 점차 해갈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수그러들면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출도 진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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