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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공수처 준비단장을 사외이사에…하나은행 ‘대관 로비 포석’ 논란

등록 2020-03-09 10:23수정 2020-03-10 02:43

남기명 단장, 19일 주총 선임
은행 ‘소비자 보호’ 강조 주장
금융권 “로비력 강화” 분석도

‘개혁 상징’ 공수처 준비단장
은행 임원 활동 “부적절” 비판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남 단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남 단장은 이달 19일 하나은행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남 단장에 대해 금융 분야에서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고 법·행정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18회 출신인 남 단장은 참여정부 시절 법제처 차장을 거쳐 법제처장까지 지냈고, 이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달 6일 국무총리 소속 공수처설립준비단장에 위촉돼 오는 7월 공수처 출범까지 조직·법령정비 등의 준비를 책임지고 있다. 준비단장으로서 직책업무수당도 받고 있다.

남 단장의 시중은행 사외이사 선임은 형식상으론 문제가 없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영리 목적의 업무를 겸직하지 못하게 돼 있으나 비상근직인 설립준비단장은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수처가 고위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기관인 만큼 사기업 사외이사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충돌도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나은행 쪽도 “남 단장이 현재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으로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부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 설립 준비를 책임지는 인물이 시중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중은행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게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은행 최고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거나 외풍을 막는 데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관료 출신들은 실무에 강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대정부 로비력을 강화하고자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김선웅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위원장)는 “법적으로 문제 되지는 않지만 사외이사와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이라는 두가지 역할을 모두 열심히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공수처설립준비단 관계자는 ‘사외이사 겸직 부적절 논란’에 대해 “남 단장에게 보고했지만 이에 대해 입장을 정하거나 내놓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남 단장과 함께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인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장도 사외이사 후보로 함께 추천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런 ‘실력자’ 영입을 두고 하나금융이 안팎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관 로비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8년 초 금융감독당국의 반대에도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강행한 바 있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 때는 당시 조사를 주도하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옷을 벗기도 했다. 현재는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채용비리 재판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떠올랐던 함영주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은 디엘에프 손실 최종책임자로서 ‘문책경고’를 받아 차기 회장직 도전이 어려워지는 등 차기 경영진 구도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박현 이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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