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환매중단 등 사유 발생했는데
만기 상환 위해 정상 운용되는듯 속여”
만기 상환 위해 정상 운용되는듯 속여”
폰지 사기에 당했나, 폰지 사기를 따라 했나.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숨기고 계속 판매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안팎으로 폰지 사기 의혹에 휘말렸다.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는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지난 2018년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아온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펀드에 투자했다. 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아이아이지의 등록을 취소하고 펀드의 자산을 동결했다.
금융감독원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를 정상적으로 운용하는 것처럼 속여 계속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아이아이지 펀드의 부실과 청산 절차 개시를 통보받고도 이 펀드를 다른 무역금융펀드들과 섞어 부실을 은폐했다. 부실을 떠안게 된 다른 정상적인 펀드의 가입자에게도 피해를 준 것이다. 그해 12월엔 투자한 또 다른 국외펀드가 폐쇄형으로 전환돼 환매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지분을 케이맨제도에 있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장부가로 넘기고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받는 구조로 계약을 변경했다.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 행위를 금감원은 사기죄로 판단하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다른 라임 펀드들의 손실 돌려막기도 폰지 사기 의혹이 제기된다. 라임은 한 펀드가 투자한 자산이 부실해져 실제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다른 펀드를 통해 정상적인 가격으로 사주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 수익률 하락이 드러나는 걸 감추기 위해, 이 사람의 돈을 받아 저 사람의 돈을 내주는 폰지 수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라임펀드 자산에 부실과 환매중단 등의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만기가 돌아온 펀드의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속였다”며 “먼저 실체가 드러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계약취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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