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미 고급호텔 15곳 인수
하나금융·메리츠종금도 잇단 투자
빠른 증가 속도·과열 경쟁 우려
한신평 “미매각땐 유동성 위험”
해외부동산펀드 원금손실 잇따라
하나금융·메리츠종금도 잇단 투자
빠른 증가 속도·과열 경쟁 우려
한신평 “미매각땐 유동성 위험”
해외부동산펀드 원금손실 잇따라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국내 증권사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25일 ‘해외 대체투자’ 보고서에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해 과열 경쟁으로 인한 미매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같은 전통적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안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 기준으로 증권사는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를 제치고 최대 투자자로 자리잡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나 종합금융투자사에 지정된 대형 증권사들이 불어난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손은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고급호텔 15곳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인수 대금은 사상 최대인 58억달러(약 6조9100억원)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미래에셋그룹의 사업 다변화가 기대되지만, 재무 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현지 부동산 가격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부담해야 할 자금은 영업용순자본의 절반에 달하고 미래에셋생명은 자기자본의 20%가 넘는 금액을 집어넣어야 한다.
하나금융투자도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내놓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상업시설인 ‘더 스퀘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인수가를 1조3천억원가량으로 추정한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과 공동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5성급 힐튼호텔(힐튼 비엔나) 건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대체투자는 수익성 제고와 분산투자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규모가 급증하면서 새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한신평이 국내 8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투자잔액은 2017년 말 3조7천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3조9천억원으로 278%나 늘었다. 투자대상은 부동산이 8조원(58%)으로 가장 많다. 선순위 투자가 아니어서 위험부담이 큰 후순위와 지분성 투자 비중이 63%에 달했다. 투자 지역은 미국→영국→유럽→아시아로 리스크가 커지는 쪽으로 동진하는 추세다.
일부 증권사는 미매각 잔고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으로 해외 자산을 인수한 뒤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사들인 물건이 재고로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규모는 6월 말 기준 1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사 자본 대비 23% 수준으로 무리한 경쟁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대체투자 펀드 규모는 최근 10년간 연 평균 38% 증가해 올해 8월 기준 104조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은 이번에 사들인 미국 호텔을 부동산 사모펀드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판 해외 부동산 펀드는 최근 잇달아 원금손실 위기에 놓였다. 케이비(KB)증권이 3천억원 넘게 판매한 호주 부동산 펀드는 현지 투자사가 원래 약정한 아파트가 아닌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투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신한금융투자가 판 4600억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도 개발 인허가 차질로 만기를 연장했다. 현지 실사와 자금관리, 법률과 거래상대방 위험 등 해외 투자 때 기본으로 챙겨야 할 사항을 놓쳐 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재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통합적인 위험관리를 위해 대체투자 정보에 대한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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