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왼쪽 세번째)과 법무법인 로고스의 전문수 변호사(왼쪽 두번째)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리은행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판매한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피해 관련 계약 취소와 부당이득반환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사기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국 금리가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이 사실상 원금 전액을 날린 채 만기 확정되는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이 상품 가입자는 1억원을 넣은 지 4개월 만에 190만원 남짓만 돌려받게 됐다. 주요국 금리 하향세에 따라 다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25일 우리은행과 국회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26일 만기를 맞는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 상품은 손실률이 98.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4개월 초단기 만기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해 투자돼, 원금은 100% 손실이 확정됐다. 다만 이 상품은 원금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확정 수익금리 금리쿠폰을 1.4% 지급하기 때문에 고객은 원금은 모두 날리고 원금의 1.4%에 해당하는 수익금만 받게 된다. 여기에 수수료 일부가 정산돼 투자원금의 0.5% 정도가 추가 고객 몫으로 돌아왔다. 결국 펀드가 최종 만기 청산되고 나면 우리은행은 고객이 1억원 투자한 것에 대해 선취 판매수수료로 100만원을 벌고, 고객은 1억원 원금을 모두 날린 채 수익금과 수수료 정산금 190만원만 손에 쥔다. 이 상품 투자는 48건, 83억원 상당으로, 고객 몫은 넉달 새 1억6천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상품에 4억원을 맡겼다가 넉달 만에 760여만원만 돌려받게 된 건축자재업체 대표인 ㅎ씨는 이날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의 지원을 받아 우리은행을 상대로 ‘사기판매’로 인한 계약취소 등을 요구하는 첫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단 쪽에선 “이번 상품은 고객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준다면 가입을 당연히 거절할 정도로 무리하게 설계됐다”며 “사실상 사기판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상품은 지난 5월22일 독일 국채금리 10년물이 -0.1% 수준일 때 판매됐는데, -0.3%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시작돼 -0.6%에 이르면 원금 전액이 날아가도록 설계됐다. 로고스의 전문수 변호사는 “4개월 만기라서 최근 5년간 4개월 단위로 금리하락폭을 분석해 보니 4개월 이내에 0.2%포인트가 하락한 적이 있는 구간이 50%나 됐다”며 “0.2%포인트만 내려가면 원금손실이 시작되는 위험한 시점에 이런 상품을 판 것은 ‘사기’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국채 10년물 등 주요국 금리는 잠깐 반등세를 보였으나, 다시 금리가 -0.6% 아래로 고꾸라지면서 독일 국채 상품 대부분은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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