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창구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시장금리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16일 0.09%포인트 내렸다. 이는 4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7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6년여 만에 재개한 이래 한은 총재는 이달 초까지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시장금리는 경기둔화와 대출영업 환경 위축 등을 반영해 하락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케이비(KB)국민·신한·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적용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의 금리를 0.09%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은 전날 3.16∼4.66%에서 3.07∼4.57%로, 신한은행은 전날 3.39∼4.64%에서 3.30∼4.55%로 인하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역시 각각 3.34∼4.34%, 2.93∼4.43%였던 금리를, 3.25∼4.25%, 2.84∼4.34%로 낮췄다. 잔액 기준 코픽스를 따라가는 상품은 금리가 0.01%포인트 내렸다. 다만 코픽스가 아니라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삼는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금리가 3.032∼4.132%로 변동이 없었다.
이번 금리 하락은 은행권이 자금조달에 쓴 비용을 반영한 5월 공시 코픽스가 전날 그만큼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신규 기준 코픽스는 전달에 새로 유치한 예금이나 채권발행 등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쓴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동을 그만큼 더 빠르게 반영하고, 잔액 기준은 이보다는 느리지만 전반적인 추세를 보여준다. 신규 코픽스가 0.09%포인트 하락한 것은 2015년 5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잔액 코픽스는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한은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면서 수신금리가 오르고 올해 새로 적용되는 유동성 규제 등으로 은행들이 한때 고금리 특판예금을 팔면서 지난해 연말에 코픽스가 많이 올랐지만, 올해 들어선 코픽스가 오를 만한 요인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데다 부동산 시장 거래 정체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도 대출을 공격적으로 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보니 높은 예금금리 등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편이었던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도 최근 대표예금 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낮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을 공격적으로 하기 어려운 환경인데다 하반기에 경기 요인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채권을 굴려서 유가증권에서 차익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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