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지난해 주변 지인들을 상대로 인터넷전문은행 직원이 됐다면서, 스마트폰에 은행 앱 설치를 하고 계좌를 만들면 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다는 미끼를 던졌다. 그는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앱 설치와 계좌 개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몰래 신용대출을 받았다. 앱에선 계좌 숨기기 기능을 설정하고, 앱 알림은 모두 수신차단을 설정해 신용대출 사실을 모르도록 막았다. 그는 19명을 상대로 사기 대출을 신청해 모두 4억5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이 대중화하면서, 비대면 은행의 특성을 활용한 대출 사기가 발생해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대출사기를 포함해 지난해 금융사고가 모두 145건, 1289억원 상당 발생했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사고 건수는 2014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사고금액 규모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3~2016년엔 모뉴엘 사기대출이나 육류담보대출 사기 같은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사고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렀으나, 지난 2년간은 이런 사고가 없어서 1천억원 남짓한 규모에 그쳤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엔 인터넷은행 도입 등 비대면 거래 확대로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기가 출현한 점을 들어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직원이 됐다고 속인 뒤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1인당 23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몰래 받은 사례”라며 “비대면 거래가 확산해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타인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어 금융 앱을 설치하는 것 등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 저축은행은 크레인을 담보로 30억원을 대출해줬으나 담보로 잡은 크레인이 분해돼 은닉되면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27억원을 떼이는 등 중소서민 금융회사에선 전체 사고 건수의 37%가 일어났다. 금감원은 “금융업 형태별로 주요 사고 유형에 대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과 감소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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