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달러화 정리 모습.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이 올해 들어 4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5월 중 환율급등에도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종가기준)은 5월 들어 달러당 1179.8원까지 급등하면서 1200원 선을 넘어설지 관심을 끈다.
12일 국내 5대 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 자료를 보면, 이달 8일을 기준으로 129억5500만달러로 전달 말에 견줘 9300만달러가 늘어났다. 4월엔 한 달간 잔액이 2억700만달러 불어났으며 5월(1~8일) 영업일이 나흘에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5월 중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은 상당히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5대 은행은 신한·케이비(KB)국민·우리·케이이비(KEB)하나·엔에이치(NH)농협 은행을 말한다.
이들 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은 2~3월 연달아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4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앞서 2월과 3월엔 각각 전달 대비 3억4700만달러, 9억5100만달러씩 잔액이 감소했던 터다.
무엇보다 4월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는데도 은행권 달러화 정기예금이 빠르게 불어나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원-달러 환율(기간평균)은 1월엔 1121.72원이었으나, 2월 1123.66원, 3월 1131.88원, 4월 1142.79원, 5월(1~9일) 1171.40원으로 상승 보폭이 커졌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일 땐 환차익 실현을 위해 국내 거주자 달러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또 환율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일 땐 추후 환차익을 겨냥해 달러예금 잔액이 불어나곤 한다. 하지만 4~5월 단기 추세만 봤을 때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 추이는 되레 반대로 가고 있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당히 빠르게 급등했는데도 시장수요는 환차익 실현보다 안전자산인 달러를 보유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졌음을 드러낸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외 여건으론 글로벌 강달러 흐름은 물론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작용했다. 또 국내 여건으론 반도체 경기가 식어가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흐름 등이 영향을 줬다. 최근 은행권 달러예금 증가세는 이처럼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당분간 지속되거나 더 강화될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있음을 보여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