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 가계대출 증가세가 전달에 견줘 보폭을 키웠다. 분양 물량의 중도금·잔금 대출시기가 돌아와 집단대출이 늘어나고 연초 성과급과 명절 상여금 효과가 소진되면서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고개를 든 점이 작용했다. 주택 매매와 관련된 개별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정체돼 있는 편이다.
3일 5대 은행의 4월 중 가계대출 실적자료를 보면, 4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79조5536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3779억원 늘어났다. 올해 1~3월 가계대출 월간 증가폭이 1조~2조5천억원 사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특히 전달 증가액(2조2628억원)에 견줘 1조원 이상이 많아졌다. 5대 은행은 케이비(KB)국민·신한·케이이비(KEB)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이다.
이런 가계대출 실적엔 분양 관련 집단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주택관련대출이 늘어난 점이 작용했다. 집단대출은 올해 들어 월간 증가폭이 1조원 안팎이었으나, 4월엔 전달보다 7600여억원이 더 불어나 증가폭이 2조원에 가까웠다. 다만 주택 매매나 생활자금 용도 등으로 내는 개별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해 전체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세를 완화했다. 집단대출은 8천억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를 포함하는 주택관련대출 증가폭은 4천억원 정도만 커진 상태다.
개인신용대출도 1월 이후 잔액이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수준이었는데 4월엔 4248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가계의 현금 곳간을 넉넉하게 해주는 연초 상여금 효과가 거의 소진된데다 봄 이사철이나 나들이 지출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은 올해 2분기(4~6월) 은행권 가계 대출태도를 분석해 전망하면서,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 일반대출에 대해선 더 엄격해지거나 더 완화하는 일 없이 중립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대출 심사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수요 측면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고, 고용부진 등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증가로 개인신용대출 등 일반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편, 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흔히 ‘숨겨진 가계대출’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4월 중 1조7161억원이 늘어나 전달보다 증가폭이 3천억원 정도 더 커졌다. 지난해 연중 개인사업자대출 월간 증가폭이 가장 컸을 때 2조2400억원(3월) 정도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증가폭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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