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은행 깃발을 넘겨받아 흔들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정한 리딩뱅크는 재무적으로 1천억~2천억 이익을 더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줘야 은행 이익이 실현된다는 명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비(KB)국민은행과 이익 규모 경쟁에서 선두를 뒤바꾸는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향점을 ‘고객’에 두겠다고 밝힌 셈이다. 진 행장은 외부적으론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하고, 내부적으론 전임 위성호 행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인사에 반발하는 등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진 행장은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상경계 인력을 뽑아서 정보기술(IT) 인력으로 전환 배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정보기술 인력을 채용해서 영업점에 보내어 은행원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티 인력을 뽑아 이들을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과 만나게 하고 고객의 니즈(수요)를 파악하게 해야 한다”며 “이런 돈키호테식 발상의 전환이 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사태 당시에 일본에서 근무한 경험을 들어 기축통화 국가와 신흥국의 전략을 분리해서 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아이엠에프 위기 때 일본에 있었는데 엔화나 달러로 바꿀 수 있는 건 무조건 바꾸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외국에 바쳐야 한다. 그렇기에 기축통화국 지역과 신흥국 지역에 투 트랙으로 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은행장 내정자가 된 뒤 위 전 행장으로부터 석달간 인수인계를 받으며 기관 영업의 성과를 잘 챙겨달라는 것과 디지털 전환을 장기적 시각으로 보라는 조언을 얻었다고 언급하는 등 갈등 봉합을 강조했다. 위 전 행장도 이날 이임사에 갈음한 임직원 대상 편지를 통해 “헌신과 사랑을 조용병 신한금융 지주회장과 진옥동 은행장에게 아낌없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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