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금융서비스 화면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에 나선 ‘토스은행’ 컨소시엄에서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이 빠지기로 했다. 이 컨소시엄은 국내 금융사 예비주주가 사라지는 상황을 맞아 자본조달은 물론 금융업 경험의 측면에서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한두 곳을 추가로 인가하려던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1일 간편송금 등 금융 플랫폼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신한금융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양사가 향후 인터넷은행의 사업 방향과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상당 부분 생각 차이가 있어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1대 주주인 토스 쪽은 “주주 참여를 협의했던 현대해상 쪽도 신한이 나가기로 한 뒤 최종적으로 불참 의사를 통보해왔다”며 “새로운 주주 후보를 폭넓게 접촉하는 등 변동성이 큰 시점이지만, 현재 국내 금융사 예비주주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표면적으론 사업 모델에 대한 견해 차를 앞세웠지만, 투자해야 할 자본 규모에 대한 갈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카카오뱅크 등과 다른 모습의 작은 규모 특화 은행을 지향했고, 신한은행은 향후 1조원 이상의 자본금 투자를 염두에 둔 핀테크 생활 플랫폼 은행을 그렸다. 결국 신한은 지분을 15% 이상 투자해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2대 주주가 될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했다. 현대해상도 22일 열릴 이사회에 토스은행 투자 안건을 부의해놓는 등 채비를 해왔으나, 신한이 빠지고 유일한 금융사 주주가 된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자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컨소시엄엔 은행 주요 주주가 되기엔 자본력이 떨어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만 예비주주로 남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예비주주 후보들은 간편 회계서비스 ‘캐시노트’를 만든 한국신용데이터, 온라인 패션쇼핑몰 무신사,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공업체 카페24,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업체 직방 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과거 인가심사 때도 주요 주주의 출자능력에 큰 무게가 실렸는데, 오는 26~27일로 심사 신청 마감이 닥친 상황에서 큰 틀이 흔들려 주주구성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일단 토스는 예비주주들과 협의를 통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토스 관계자는 “주변에서 컨소시엄의 좌초를 염두에 두는 것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지만, 현시점에선 인가심사 경쟁을 완주할 계획”이라며 “예비주주들과 논의를 거쳐 늦어도 25일까지 상황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스은행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출자능력과 금융업 경험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1~2호 인터넷은행은 수천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했고 영업시작 1~2년 내에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해진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기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주주엔 각각 우리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이란 은행 주주를 포함해 다양한 금융사들이 지분 참여에 나서서 핀테크 업체나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전통적 금융업 경험 한계를 보완했다. 하지만 토스은행 컨소시엄엔 이런 구실을 해줄 주주가 사라진 상황이다. 토스 관계자는 “우리는 보편적 업무를 하는 은행 대신에 외국에서 핀테크 업체들이 강점을 보인 특정분야를 타깃으로 삼는 작은 규모 인터넷은행 사업 모델을 염두에 두고 참여자들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본력도 떨어지는데다 금융업에 대한 경험도 없이 돈키호테 같은 모습으로 은행업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라며 “금융당국 인가심사에서 의미있는 경쟁 구도 자체가 무너질 공산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1~2곳의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방침을 밝혔으나, 가시화한 컨소시엄은 토스은행 말고는 ‘키움증권-하나금융-에스케이텔레콤’ 컨소시엄 정도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