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사외이사 선임 찬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면서 현대차그룹과 국외 헤지펀드 엘리엇 간의 표 대결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주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헤지펀드의 등장으로 ‘총수 중심’ 대기업이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12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아이에스에스(ISS)가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 2명과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3명 가운데 2명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아이에스에스는 이들이 전기차와 배터리기술, 정보통신(ICT)업계 등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현대차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이상승 서울대 교수(경제학),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에 대해선 “이사회 경험이나 배경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큰 가치를 더해주지 않는다”고 반대 권고를 했다.
이와 함께 아이에스에스는 현대모비스 이사회 구성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현대차와 모비스에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보수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에게 권유했다.
앞서 아이에스에스와 함께 양대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는 이와 다른 의견을 냈다. 글래스 루이스는 지난 10일 현대차가 제시한 이상승 교수 등 사외이사 후보 3명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현대차는 이날 아이에스에스의 의견이 나오자 사외이사 후보군에 자본시장과 자율주행·인공지능 등 전문가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주총 안건인 배당 규모에 대해선 아이에스에스 등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모두 현대차 손을 들었다. 엘리엇은 주당 2만1967원을 현금배당 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현대차 이사회는 주당 3000원 현금배당을 제시한 상태다. 글래스 루이스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연구개발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엘리엇의 총액 8조3000억원 규모(현대차·모비스) 현금배당 제안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이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다른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소통방식이 개선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제 말이 통한다’는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가 지난달 사상 최초로 최고경영자 주관 ‘투자자 데이’를 진행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이 주총 지분경쟁 속에서 높아진 주주가치를 인정하고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해 ‘실적개선→주주친화정책 확대→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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