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인적자본투자와 생산성 수준 모두 국외 주요 항공사와 비교한 결과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인 경영 참여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지만,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의 향후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4일 보고서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공개하고, 노동자에게 적절한 자원 배분과 항공기 안전을 위한 경영, 독립적인 사외이사 구성 등을 대한항공에 제안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주주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강성부펀드)가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은 데 이어, 현 경영진도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주총에서 사외이사진 구성 등을 두고 표대결에 들어간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들의 제안을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자본 배분과 인적자원 투자, 건전한 지배구조 체제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3년 한진그룹이 지주체제로 전환된 뒤 대한항공이 계열사에 대한 많은 지원 부담을 지게 된 반면, 노동자와 조종사 등 내부적인 투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견제해야할 사외이사진도 조양호 회장의 고등학교 동문 등 학연 중심으로 구성돼 독립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했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항공 노동자의 인적자본 생산성이 경쟁 항공사에 견줘 상당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일본항공(JAL), 싱가포르항공,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적자본투자와 생산성을 비교했다. 5년 평균 1인당 인적자본투자(평균 연간급여, 퇴직급여, 성과급)를 보면, 싱가포르항공이 1억49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항공(1억2600만원) 델타항공(8200만원) 순이었다. 대한항공은 6400만원으로 싱가포르항공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5년 평균 1인당 인적자본 생산성 수준(노동자 1명의 수입기여 수준)도 대한항공은 7300만원으로, 다른 항공사들(1억6800만원∼1억330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수석연구원은 “회계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투자에 해당하는 근로자 배분을 소홀히 한 결과, 대한항공 노동자의 노동생산성 역시 해외 경쟁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의 기본 급여액 수준은 싱가포르항공과 델타항공에 견줘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항공의 최고경영자는 약 15억3000만원,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는 약 9억원을 받았지만 조양호 회장은 27억원(2017년 기준)을 수령했다.
보고서는 소비자 안전 문제도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1대당 운항승무원 수는 2010년 19.9명에서 2017년 17.1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매출규모 및 운항노선이 유사한 싱가포르항공과 캐세이퍼시픽·드래곤은 각각 19.3명, 20.1명으로 대한항공에 견줘 많은 편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한진칼 및 계열사들은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라는 사회적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판단된다”며 “한진그룹이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시장의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은 한진그룹의 내부 경영의사결정에 적절한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선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