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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배당 늘려줄게 주총엔 오지마?…여전한 ‘슈퍼 주총데이’

등록 2019-02-17 18:40수정 2019-02-18 10:24

12월 결산법인 3월 정기주총 전망
26·27·29일 집중도 55%…일·대만 등에 비해 높아
액면분할로 주주 증가 삼성전자 등 전향적 움직임도
배당공시한 499사 배당액 26%↑…총액 30조 넘길 듯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도입한 뒤 처음 맞는 12월 결산기업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 풍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들이 한날한시에 주총을 여는 ‘슈퍼 주총데이’ 관행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주 배당은 예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파악한 결과(15일 기준)를 보면, 12월 결산법인 2011곳 가운데 884개사가 정기주총 개최일을 확정했는데 3월27일이 22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6일(180곳), 29일(86곳), 22일(84곳), 21일(72곳), 15일(69곳) 순이었다. 주총이 가장 많이 열리는 사흘(26·27·29일) 동안 주총을 여는 기업 비중이 55%(489곳/884곳) 수준이다. 같은 날 주총을 열어 주주들의 참석을 제한하고 투자자들의 이목을 분산시키는 슈퍼 주총데이 관행이 여전한 셈이다.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기존 주총이 집중되던 3월 마지막주 목·금요일, 그 전주 금요일은 피하도록 유도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주 수요일(27일)과 화요일(26일)에 가장 많이 몰렸다.

오씨아이(OCI)와 카카오, 케이비(KB)금융과 씨제이(CJ)·한화·에스케이(SK) 등이 피크인 26일과 27일 주총을 열고 현대제철·농심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모비스·지에스(GS)건설(22일), 롯데쇼핑·두산·금호타이어·케이씨씨(KCC)(29일) 등은 기존 피크인 넷째와 다섯째 금요일을 주총일로 골라잡았다. 대주주 간 표대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12월 결산법인들이 3월 한날에 맞춰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비율은 다른 나라에 견줘 유별난 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낸 자료를 보면, 주총이 가장 많이 열린 사흘 동안 주총을 진행한 기업 비중(2014년 기준)은 73.1%로, 일본(48.54%)과 대만(35.27%) 등을 압도했다.

2017년 3월24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17년 3월24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일부 다변화 움직임도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액면분할로 주주가 많이 늘어난 삼성전자가 22일 이전에 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주총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주총 때 날짜가 겹치는 회사들이 많아 주총을 다른 날로 잡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주총이 집중된 사흘간 주총을 연 기업 비율이 2017년 70.7%에서 지난해 53.8%로 낮아졌는데, 올해는 집중도가 더 낮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주총의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인 주주 배당액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7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배당을 공시한 499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14일 기준)가 밝힌 배당금은 26조2676억원으로, 이들 기업의 전년도 배당액(20조8593억원)보다 26%나 증가했다. 지난해 총배당액이 25조502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배당액은 30조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속속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기업 경영진의 일방적 경영에 제동을 걸며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배당을 늘리도록 요구하자 배당금(183억원)을 전년도(70억원)의 2.6배로 늘린 현대그린푸드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엘지그룹 지주회사 ㈜엘지가 전년 대비 순이익이 22.2% 감소했는데도 전년 대비 53.8% 증가한 주당 2천원의 배당을 결정했고, 지에스(GS)건설(140%)과 신세계(60%) 등도 배당 규모를 늘렸다.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 주주제안을 하기로 한 한진칼도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다른 투자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강화, 주주총회를 위한 소액주주의 지지 확보, 정부 정책을 고려해서 기업들의 (배당을 늘리려는) 자발적 노력과 대응이 현실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당 증가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등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99~2017년 국내 외부감사 기업의 현금 흐름을 분석한 ‘국내 기업 보유현금 변화의 동인 분석’ 보고서를 내어 “국내 기업 보유현금 변화의 주요 동인은 투자이며, 2014년 이후 보유현금 증가 추세의 가속화는 기업 투자 감소 추세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얘기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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