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7%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1.7%에서 1.4%로 낮췄다.
금통위는 회의 뒤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나타냈고,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이어졌으나 소비와 수출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동결론이 퍼져 있었다. 가장 강력한 금리인상 압박요인이었던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난해 연말을 거치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미국경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2016년 한차례, 2017년 세차례, 2018년 네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인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한은도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했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글로벌경기 하강 움직임이 강해지자 지난해 12월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2.25~2.5%로 인상하면서도 올해 인상예정 횟수를 기존 세차례에서 두차례로 축소했다. 또 최근 들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있다.
미 연준의 태도 변화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한은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상유지를 결정한 것은, 숨을 고르며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강세가 뚜렷한 국내경기만 본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0.75%포인트(상단기준)까지 벌어진 미국과 금리역전폭이 언제 다시 확대될지 모르고 여전히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는 한 한은도 올해 내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 흐름에 바탕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6%로 조금 낮추지만, 급속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고 지난해 수준 정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1.7%에서) 1.4%로 크게 낮췄는데, 주로 국제유가의 큰폭 하락에 기인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영향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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