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개선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매수’(주식을 사라) 보고서 편중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에 내놓은 대책을 좀더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고객 대신 상장사 눈치를 보는 애널리스트 문제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리서치보고서 제도 운영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 비중이 76%로 매도의견(2%)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매도의견 비중은 0.1%에 불과해 외국계(13%)에 견줘 현저히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 9월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후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인 괴리율 격차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매수의견 비중이 높은 관행은 여전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또 일부 증권사의 괴리율 공시오류 및 검수조직 등 제도개선 사항 미흡이 발견됐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의견 일색 보고서는 증권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애널리스트들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금감원도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 2016년 금융투자협회와 상장회사협의회 등 4자 협의체를 꾸려 2017년 ‘조사분석보고서 신뢰성 제고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었다. 내부 통제를 높이고 괴리율을 공시해 과도한 목표주가 제시를 막고, 애널리스트의 보수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뼈대였다.
금감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향후 리서치보고서 신뢰성 제고를 위해 증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금감원이 증권사의 책임만 강조할 뿐 처음 개선방안을 내놓을 때 살폈던 구조적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는 등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소장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여건상 인원도 얼마 안되는데 매도의견을 낼 기업까지 커버할 필요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또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외 헤지펀드 등과 연계돼 있는 만큼 이들이 순수하게 매도의견을 내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의견을 내면 그 기업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운 게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지만 국내는 특히 그 기업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금감원도 2017년 개선방안에선 이런 상황을 고려했다. “일부 상장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서의 수정, 삭제 등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부 애널리스트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갈등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며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를 누리집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고센터 운영 결과나 효과는 이번에 내놓은 자료에선 빠져 있었다. 신고센터를 활용하는 애널리스트도 찾기 힘들다고 증권업계 쪽은 전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 이유는 복잡한데, 금감원이 제대로 된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셀’(매도) 개수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신고센터는 애널리스트들이 감독당국에 말할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리서치보고서의 질적인 측면에선 괴리율 격차가 줄어드는 등 국내 증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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