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이 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불교 경전 금강경에 ‘사벌등안’ 이라는 말이 있다. ‘강을 건넌 뒤 타고 온 뗏목은 버리고 언덕을 오른다’는 말로 강을 건널 때는 뗏목이 필요했지만, 언덕을 오를 때는 오히려 짐이 되기 때문에 버리고 오른다는 의미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이 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오를 밝혔다. 정 사장은 “눈부신 성장에 자만하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된다”며 지금까지 잘 타고 왔던 ‘뗏목’을 버리겠다고 했다. 정 사장은 1988년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한 번의 이직도 없이 30년을 일하고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전통 증권 업무에서 성과를 낸 그에게 닥친 ‘언덕’은 디지털이다. 정 사장은 “세상은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아이티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 네이버도 증권사에 도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우려했다. 또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아이티(IT)업체 카카오와 함께 대주주로 참여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운영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카카오뱅크와 업무를 조율하고 회의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나온다. 예를 들어 ‘왜 주식은 3일 뒤 결제냐, 카카오뱅크는 당일 결제로 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증권사 오래 다녔지만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굉장히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뗏목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사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쉽지 않겠다고 판단해 회사 전체 차원의 티에프(TF)를 만들어 가동할 생각”이라며 “눈높이도 맞추고 있고 시너지를 느낄 수 있는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사장은 “올 1분기에 카카오뱅크에 한국투자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다른 금융기관 보다 훨씬 더 집중적이고 네트워크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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