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 신용도가 국내 여객 운송실적 지속적 상승과 낮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7년 전에 견줘 두 단계씩 후퇴한 뒤 다시 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저비용항공사 약진 등 항공시장 경쟁 심화와 함께 재벌의 계열사 지원 부담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6일 한국신용평가가 낸 ‘짙은 안개 뒤엔 어떤 하늘이, 양대 항공사 신용도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안정적, BBB-/안정적으로, 2012년 초에 견줘 대한항공(A/긍정적), 아시아나항공(BBB+/안정적) 모두 두 단계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산업의 국내 여객 운송실적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평균 7%에 가깝게 성장했고, 2015년 이후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대외 환경이 좋았지만 신용도는 뒷걸음질쳤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과점 체제라는 혜택을 받았지만 양대 항공사가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 등과의 경쟁 심화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 성과를 낸 셈이다.
박소영 한신평 연구원은 등급 하락 이유로 항공시장 경쟁 심화와 계열사 지원 부담을 들었다. 2012년말 7.5%에 불과했던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7년말 26.4%로 증가했고, 국내선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새 장거리 비행기 확보 등 저비용항공사들과 차별화에 나서야했지만, 계열사 관련 자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대한항공은 부도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에 2500억원 자금대여(2013년)·4448억원 유상증자(2014년) 등 계열사 지원을 했다. 계열사 관련 자금 순유출 규모는 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신평은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인수(721억원), 대한통운 지분 관련 파생상품 정산(925억원) 등 계열사 관련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회사의 재계약 협상에 지주회사 지원을 넣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도 받았다.
박소영 연구원은 “항공사들의 신용도 전망은 안정적이지만 외부 요건이 불리한 방향으로 급변하거나, 재무구조 개선 지연, 계열위험 전이 우려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접근성이 저하될 경우에는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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