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의 국내 여객 운송실적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선에서 매해 8%, 국내선에서 5% 성장하며 평균 7%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냈다. 2015년 이후에는 전례가 드물게 낮은 유가 수준에 힘입어 항공사 수익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양대 항공사의 신용도는 7년에 걸쳐 하락했다. 그 이유는 뭘까?
6일 한국신용평가가 낸 ‘짙은 안개 뒤엔 어떤 하늘이, 양대 항공사 신용도 전망’ 보고서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12년 이후 좋았던 경영환경에 견줘 신용도가 두 단계씩 후퇴한 이유가 나와 있다. 보고서는 정부 규제로 받은 과점 체제라는 혜택 속에 양대 항공사가 일정 수준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향유하면서도,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 등의 경쟁 심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안정적, BBB-/안정적이었다. 2012년 초에 견주면 대한항공(A/긍정적), 아시아나항공(BBB+/안정적) 모두 두 단계씩 하락했다. 등급하락 이유로 보고서는 항공시장 경쟁 심화와 계열사 지원 부담을 들었다.
먼저 저비용 항공사의 사업 본격화로 경쟁이 격화되었고 대규모 항공기 투자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게 이유로 꼽혔다. 저비용항공사들은 2000년대 중반 진입을 시작해 2010년대 근거리 여행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말 7.5%에 불과했던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7년말 26.4%로 증가했고, 국내선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시장점유율은 각각 2012년 36%, 24%에서 2017년 25%, 17%로 낮아졌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짙은 안개 뒤엔 어떤 하늘이, 양대 항공사 신용도 전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새 장거리 비행기 확보 등 저비용항공사들과 차별화에 나서야했지만, 계열사 관련 자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대한항공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윌셔 그랜드 타워를 재건축하는 종속회사에 2014∼2016년 약 75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부도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에 2500억원 자금대여(2013년)·4448억원 유상증자(2014년)를 했다. 계열사 관련 자금 순유출 규모는 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신평은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인수(721억원), 대한통운 지분 관련 파생상품 정산(925억원), 에어서울 출자(350억원) 등 계열사 관련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주회사 지원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을 공급하는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계약 갱신을 협상하며 금호홀딩스(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줄 것을 요구했다가, 엘에스지가 이를 거절하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승객들에게 기내식 제공을 못한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도 일어났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 연구원은 “계열 리스크로 인해 금융기관 및 직접금융시장 접근성이 저하되며 자산유동화 차입금의 비중이 상승하고, 단기상환 부담 역시 확대됐다”고 했다. 보고서에선 지적하지 않았지만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 리스크’도 경영에 부담을 줬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2014년 ‘땅콩 회항’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2018년 ‘물컵 갑질’도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한신평은 국내 재벌 항공사의 신용도가 이른 시일 내에 상향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중대형기 도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재무부담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장거리 고객 수요 등의 증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보다 중대형 항공기 투자가 늦었고,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면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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