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이주열 총재. 한국은행 제공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2019년 한국경제가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부진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의 어려운 여건으로 대외적으로는 “미 연준(FRB)의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대내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을 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성장잠재력 약화와 관련해 “주요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다가서면서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이 한계에 이르”렀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의 어려움을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만 돌리는 일부 시각에 선을 긋고, 좀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부진 요인을 짚은 셈이다.
이 총재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 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이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며 “이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 흐름 등 거시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판단지표 확충과 예측모형 개선을 통한 전망의 정확도 제고’, ‘금융시스템 리스크 평가기법 고도화를 통한 금융안정 상황 분석기능 강화’ 등 내부적 역량 강화도 공언했다.
이 총재는 변화하는 환경 속 통화정책 수행의 어려움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금융위기 뒤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통화정책의 대응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 연준 등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미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수단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한국은행도 여건 변화에 적합한 정책운영 체계 및 수단에 대해 깊이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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