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미국과 금리차이가 역전됐지만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자본 유입세는 지속하고 있다. 내외금리차에 민감한 은행을 제외한, 중앙은행·국부펀드·민간펀드 투자비중이 95% 이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되자 해외 투자자본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보다 이자율이 낮다면, 한국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 내외금리차가 0.75%포인트(정책금리 기준)까지 벌어졌어도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은 없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자금이 유출됐으나, 채권시장에서는 되레 유입이 지속했다. 결국 내외금리차는 해외자본이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할 때 주요 변수는 아니란 얘기다. 왜 그럴까?
한국은행 국제경제연구실 김수현 부연구위원은 19일 이 문제를 다룬 ‘한국 채권시장의 해외자본 유출입 결정요인’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외국인 자금을 투자주체별로 중앙은행·국부펀드·민간펀드·은행으로 나누고, 2008~2017년 사이 한·미 금리차이, 주요국 외환보유액, 글로벌리스크 요인, 한국 국가리스크 요인이 이들의 투자유입액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금리차는 1개월물, 1년물, 10년물 등 만기별로 모형을 구성해, 투자주체별 투자액 흐름 변화를 살폈다.
분석 결과,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민간펀드는 이 기간 동안 내외금리차 변화에 유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만 단기(1개월물, 1년물) 내외금리차에 유의한 반응을 보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내 채권시장 투자주체 중 은행만 단기채권 거래를 통한 차익거래에 집중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투자자금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절반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5%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2008~9년 이전에는 내외금리차에 민감한 은행 자본의 유출입에 국내 채권시장이 휘청거렸지만, 현재는 전체의 95% 이상(중앙은행, 국부펀드, 민간펀드)이 내외금리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투자자금이어서 현재 안정적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은행의 채권 투자 감소에는 바젤3 등 국제적인 은행자본 규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 내외금리차와 달리 투자주체 가운데 중앙은행 투자자금의 원천인 주요국 외환보유액과 글로벌리스크 요인에는 4개 투자주체 모두가 유의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이 유지된다면 주요국 외환보유액의 추세적 증대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시장으로의 자본유입도 증대될 전망”이라며 “다만 글로벌 또는 국가리스크 상승 때는 일시적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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