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계대출 잔액이 2016년 8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폭으로 늘어났다. 분양 관련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매매는 얼어붙었지만 10월 말 총부채상환비율(DSR) 관리지표 도입에 앞서 미리 받아둔 주택담보대출 승인이 11월에 순차적으로 집행된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4일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실적 자료를 보면, 11월 가계대출 잔액은 566조3473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5474억원이 불어났다. 이는 집값 급등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던 지난 8월 증가 규모(4조6549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5대 은행은 케이비(KB)국민·신한·케이이비(KEB)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은행이다.
이번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주택관련대출로 4조1736억원이나 불어났다. 이는 10월 증가액(2조126억원)의 갑절 수준으로 연중 가장 큰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 집값 급등으로 추격매수 자금수요가 있던 지난 8월 주택관련대출 증가 규모(2조8770억원)를 1조원 이상 앞질렀다.
여기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분양 대단지 중도금 납입회차가 11월에 몰려 있어 집단대출이 증가한 상황 등이 반영됐다. 국민은행 전세자금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해만 해도 11월에 2600여억원이 늘어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같은 달엔 8700여억원이 증가해 격차가 컸다. 다만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전반적으로 증가폭이 커진 반면, 집단대출은 11월 중 증가폭이 1조5996억원으로 전달(7814억원)보다 두 배 늘어나는 등 월별로 출렁임이 큰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에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전세대출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9·13 대책 이후 주택매매는 크게 줄었지만, 주택구매 외에도 자금수요가 있는 이들이 디에스아르 적용에 앞서 선수요로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받은 건이 11월에 돈이 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계신용대출은 11월에 디에스아르 관리지표가 적용되면서 선수요 효과로 2조원대가 늘어났던 전달보다 증가폭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1조82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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