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3년여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돈 한푼 들이지않고 2%포인트 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4일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보통주 8억9900만주와 우선주 1억6100만주의 소각을 마무리했다. 모두 20조원이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 발행주식(보통주 기준)의 14%에 이르는 주식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0월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식이 줄어들면 주당순이익과 주당순자산 등 주당가치가 상승해 주가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지난 2017년 4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40조원 어치를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자신의 보유 주식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가지고 있는 주식 수는 그대로지만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이면,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5년 3분기에 삼성전자 지분을 3.38%, 이재용 부회장은 0.57%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사주 매입 소각 작업이 마무리된 뒤 현재(2018년 9월30일 기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3.88%와 0.65%로 상승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포함한 전체 특수관계인 지분도 2015년 17.59%에서 2018년 19.76%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뿐만 아니라 배당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조원 넘게 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매해 9조6000원을 배당한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대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기 보다 이 재원으로 투자를 하면 사회적으로 더 활용도가 높을 텐데 아쉬운 결정이었다. 자사주를 소각해 대주주 지분율만 높이는 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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