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9%를 확보한 ‘토종’ 행동주의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케이씨지아이는 19일 입장문을 내어 “15일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9%를 취득하였음을 공시한 이후 투자배경, 향후 계획과 관련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어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케이씨지아이 1호 펀드가 지분 9%를 취득한 것을 들어 경영권 장악의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케이씨지아이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전 엘케이(LK) 파트너스 대표가 만든 국내 사모펀드로, 재벌에 첫 도전장을 내민 토종 행동주의펀여서 화제를 모았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대한항공·진에어·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28.9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분 인수 배경에 대해 “계열사들은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되어 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아, 펀드가 주요주주로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경우 한진칼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이 총수 일가 퇴진운동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적절한 시점에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경영권에 도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지만, 전략적 차원의 접근일 가능성이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자신의 투자철학을 소개하며 “엘리엇 등 국외 펀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한국적 제도와 정서를 고려하고 시장과 소통하되 무분별한 경영진 비난과 이에 따른 기업이미지 실추는 지양하겠다”고 했다. 직접적인 충돌은 일단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는 “향후 활동계획에 관하여는 조만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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