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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토종 행동주의 펀드, 조양호 일가 ‘갑질 경영’에 도전장

등록 2018-11-16 16:34수정 2018-11-16 16:47

KCGI 펀드, 한진칼 지분 9% 확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경영참여 나서
총수일가 갑질로 한진 우호여론 부족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해 표대결 가능
조양호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조양호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사이, 국내 자본시장에 또다른 의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처음으로 재벌그룹을 상대로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다.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전 엘케이(LK) 파트너스 대표가 만들었다. 케이씨지아이는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확보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지난 15일 케이씨지아이가 만든 특수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14일 기준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28.95%)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 진에어 지분 6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분 보유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 각 호에 대한 세부 계획은 없지만 장래에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154조 1항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정관의 변경, 회사의 배당 결정, 합병·분할 등 대부분의 경영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즉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는 아직은 무엇을 할지 밝힐 수 없지만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 토종펀드가 재벌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 주주제안을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한 행동주의 펀드는 엘리엇이나 소버린 등 모두 외국에서 왔다.

증권가에선 케이씨지아이가 이전보다 좋은 시점에 조양호 회장에게 도전장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혐의 등이 연달아 드러나면서,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쉽게 임원에 오른 이들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오너일가 이슈 등 여파로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그룹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기업”이라고 했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상대가 국내 펀드여서 애국심 마케팅도 하기 어렵다.

또 국토교통부는 14일 항공사 임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최대 2년간 해당 항공사의 신규 운수권 배분 신청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제 있는 임원의 교체 가능성을 높여놓은 셈이다.

케이씨지아이는 이런 상황을 적절히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또다른 주주는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이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가입해 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씨지아이가 내년 주주총회때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는 이사회 7명 가운데 3인의 이사와 감사의 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조 회장 일가가 갑질 스캔들로 계속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분노한 소액주주들도 케이씨지아이 쪽에 결합한다면, 조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조양호 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확률상 어렵지만 총수 일가 경영자를 물러나게 만드는 경우가 생긴다면 대한민국 자본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언급할 내용이 없다. 추이를 지켜본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완 홍대선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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