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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변죽만 울리다 금리인상 ‘실기론’…한은 뾰족수 낼까

등록 2018-11-13 17:54수정 2018-11-13 20:41

30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 촉각

한-미 금리역전 폭·가계부채 확대
금리인상 요구 전례 없이 높지만
경기침체·미-중 무역전쟁 격화
“인상 적절치 않다” 반론도 강해
내부선 “안올리면 양치기 소년”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통위가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한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세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해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0.75%포인트(상단 기준)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불안정도 심화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금리인상 목소리가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도 금리인상 신호로 해석될 발언을 내놓고 있어, 시장에서는 11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생산·소비·고용 등 대부분의 지표가 곤두박질칠 정도로 경기침체 골이 깊어지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까지 커지는 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좌고우면하는 사이…” 실기론 자초한 한은

“그동안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하여 확대해 온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무려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1.25%→1.5%)한 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점진적인 완화 정도의 조정’을 강조했다. ‘완화 축소’ 깜빡이가 켜지자 시장에서는 올해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을 점쳤다.

하지만 금통위는 10월까지 7차례 회의 때마다 매번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 최근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한은 책임론까지 부각됐다.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규제를 풀어 경기부양에 나설 때 한은이 발맞춰 금리를 인하하고 이후에도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유동성 과잉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리인상 실기론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한은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낙연 국무총리(9월)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10월) 등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이 집값 폭등을 이유로 잇달아 금리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올해 한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그때마다 고용지표 악화와 미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철강 관세 부과,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악재들이 계속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대외 악재들 때문에 금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 요인들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 및 신흥국 금융불안 부각, 고용악화 등 주요 경제지표 둔화 등으로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대외환경은 더욱 악화했고 (가계부채 증가라는) 금융 불균형 문제는 오히려 커졌다”며 “(한은이 금리인상을 예고한) 지금이 올해 상반기보다 대외리스크 요인이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은 상황인지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인상-동결 대결 팽팽…금통위 선택은?

인상-동결 전망이 팽팽하게 갈렸던 지난달 금통위는 금리 현상유지를 선택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둘로 늘었다. 이주열 총재도 “금융안정(가계부채 관리)에 좀 더 유의할 때가 됐다”라고 말해 11월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속도, 9월(-14억1천만달러)과 10월(-42억7천만달러) 두 달 연속 유출세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금(증권·주식) 흐름이 인상론의 주요 논거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어 금리인상이 부담이겠지만, 금융안정과 외국인 투자동향, 관리 목표(2%)에 도달한 물가 등을 고려하면 올리는 게 맞아 보인다”며 “성장률이 (인플레이션 없이 노동·자본 등을 동원해 이뤄낼 수 있는 최대 성장세인)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져야 통화정책을 경기부양에 동원하는데, 현재 성장률이 낮긴 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총수요를 위축시켜 정책목표(물가 안정)를 달성하려고 할 때 금리를 인상하는데, 현 상황을 총수요 과열 상태로 볼 수는 없다”며 “대신 금리를 동결했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들은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엔 보유세 강화, 해외투자자금 유출 우려엔 한은의 적극적인 대외 교섭이 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달 한은 국정감사에서 “경제성장세가 나빠지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으로서 시장과 소통, 신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실물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는데 금융 불안정에도 두루 신경써야 해 한은으로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시그널을 줘 온 만큼)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번에도 금리를 안 올리면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 취급을 당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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