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증시 안정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제공
코스피가 2000대를 위협하는 선으로 추락하는 등 증시 폭락이 이어지자 정부가 기관투자자 등을 통해 증시 안정 자금 5천억원을 조성하는 등 시장 다독이기에 나섰다.
29일 오전 8시30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 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금융당국 인사들과 금융투자협회장, 기관투자자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는 주식시장 하락과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 등을 점검하고 자본시장 안정화 대책을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앞서 코스피 지수가 지난 26일 2027로 마감해 2017년 1월2일(2026)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코스닥 지수도 같은날 663으로, 지난해 10월16일(659) 이후 12개월 만에 최저치에 닿았다. 이는 연말 대비 코스피는 17.8%, 코스닥은 17%가 빠진 수치로,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 장세에서도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 견줘 더 높은 하락률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5천억원 규모의 증시 안정화 자금을 투입해 증시 안전판 구실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올해 2천억원과 내년 1천억원을 모집해 저평가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조성을 연내에 3천억원 규모로 조기에 마무리 짓고, 11월 초부터 운용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어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증권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적어도 2천억원 이상 자금을 조성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고루 투자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어 하락장세에서 시세조정 등 불공정 행위와 연계될 수 있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불법적으로 변동성을 확대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처를 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주식시장에 외국인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안정적인 투자처로 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대외여건이 악화하면 우리 기초여건과 무관하게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분석능력과 자금여력이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저평가된 우량주를 선별해 투자하면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이끄는 균형 잡힌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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