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돈(통화)의 양이 10년새 두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가 보유한 현금과 예금 등은 5년 여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2018년 8월중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8월 광의 통화(M2)는 2651조5천억원(원계열 기준·평잔)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더한 협의 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금융채·금전신탁,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을 더한 것으로,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M2 증가율은 지난해 8~9월(4.6%) 이후 꾸준히 높아져 올해 7~8월 6.7%까지 올랐다. 2017년 1월(6.9%)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중에 풀린 돈이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달에 비해서는 0.6%(15조원, 계절조정계열 기준, 평잔)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지방정부 자금 유입 등으로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8조9천억원 늘었고, 머니마켓펀드와 2년 미만 금융채도 각각 3조6천억원, 2조원씩 증가했다.
경제주체별로는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 기타금융기관(400조원, +8조3천억원), 기업(694조원, +3조3천억원) 등은 전달보다 늘었지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1394조원)는 5천억원 줄었다. 시중의 돈은 늘어났는데, 가정이 보유한 현금과 예금 등은 줄어든 것이다. 한은은 “2013년 2월(-1조2천억원) 이후 5년 6개월 만의 감소세인데, 신규 주택구입 등으로 수시입출식 정기예금 등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29만5천가구, 2017년 38만7천가구, 2018년 45만1천가구로 늘어나는 추세인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가계보유 몫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4.3%로 전체 증가율(6.7%)에 못미쳤다. 한은 금융통계팀 김성준 차장은 “고령화에 따라 가계에서 예금비중을 줄이고 (M2에 집계되지 않는) 보험이나 연금을 증가시키는 포트폴리오 변화도 (가계보유 M2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인 2008년 8월(1386조원)에 비하면 M2는 두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22조원→99조원), 요구불예금(77조원→221조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206조원→516조원) 등 M1이 305조원에서 세배 가까운 838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