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개시하면서, 금융소비자는 금리상 혜택을 누리게 되고 금융시장은 전반에 걸쳐 경쟁이 촉진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올해 1월 금융위원회 주요정책 부문 자체평가 결과보고서)
“인터넷은행이 금리도 싸고 대출받기도 쉽기 때문에 기존에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올해 8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대표적 성과로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싼 금리’를 거듭 내세우지만, 이는 올해 들어선 ‘철 지난 옛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인터넷은행의 대출 금리는 주요 시중 은행들에 견줘 전반적으로 높은 편으로 드러났다. 또 인터넷은행이 차별화 목표로 내세웠던 중금리 대출은 최근 ‘연체율 복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상승기’를 맞은 인터넷은행의 금리경쟁·연체율 관리 등 경영 여건을 짚어봤다.
14일 은행연합회 대출 금리 비교 공시 자료를 보면, 인터넷은행 금리가 싸다는 얘기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보아야 한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이지만 모든 대출을 하진 않는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들어 전세자금대출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가계신용대출이 대부분이다. 흔히 ‘마통’이라 불리는 마이너스대출(신용한도대출)이 절반을, 일반신용대출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이에 4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신규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지난해 7월 말 영업을 시작한 카뱅은 지난해 12월부터 신한·우리·케이이비(KEB)하나은행보다 금리 수준이 올라가,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들 은행보다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지난해 4월 초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 역시 개업 초반인 지난해 5~6월에 4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살짝 낮았을 뿐 이후 신한·우리·하나 은행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시중은행 중 인터넷은행보다 마통 평균금리가 높은 경우는 케이비(KB)국민은행 정도다.
4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마통 고객은 신용평가사(CB사) 등급을 평균 내면 2등급 전후의 고신용자로 은행별 편차가 적어 평균금리 비교에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인터넷은행이나 국민은행은 나머지 3개 시중은행(신한·우리·하나)이 이른바 ‘좋은 직장인’이 많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주거래은행 등 집단협약으로 마통 금리를 낮춰주는 영업 비중이 큰 게 금리 격차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허나 결과적으로 마통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이 가격경쟁의 고삐를 쥐고 금리 인하를 촉진한다고 보기는 힘든 모양새다.
일반신용대출에서도 인터넷은행을 금리에서 가격경쟁 주도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 대출에서도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부터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이 대출의 경우 중저신용자 비중과 보증적용 여부에 따라 평균금리 격차가 큰 점을 고려해 은행연합회가 신용등급을 표준화한 1~2등급 구간의 평균금리를 비교해 봤을 때 그러하다.
케뱅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국민·하나·우리은행보다 금리가 계속 높았는데, 올해 1~2월 중엔 신한까지 포함해 4대 시중은행의 금리를 모두 웃돌았다. 카뱅 역시 올해 1월 이후 6월 한 차례만 빼고 국민·하나·우리은행보다 계속 금리가 높았다. 9월 말 현재 전체 대출에서 일반신용대출의 비중은 케뱅과 카뱅 모두 40%를 넘어선다.
결국 금융위가 인터넷은행을 금리에서 ‘경쟁 촉진자’로 평가했던 것은 잠깐 반짝했던 신장개업 효과를 과대 포장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고신용자 우수고객을 중심으로 자산 덩치를 빠르게 불려야 하는 초기에나 단순 가격경쟁이 가능할 뿐이라고 지적해왔다. 경쟁자 누구나 돈을 빌려줄 만한 우수고객 상대 저마진 장사는 개업 초반에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인터넷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하면서 이자마진에서 승부를 봐야 할 곳은 중저신용자 대출로 보인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은 금리상승기에 높아지는 연체율이 복병이 될 우려가 있다. 아무리 마진이 잘 나와도 1년 만기 신용대출에서 연체가 나오고 부실이 발생하면 이자로 낸 수익보다 손실이 커지는 건 순식간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고용시장이 워낙 양극화돼, 직장에서 밀려나면 곧바로 연체로 이어질 고객층이 중저신용자이고, 이들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다 보니 은행권 중금리 대출이 어려운 과제인 것”이라며 “중금리 구간의 대출절벽을 메워줄 신용평가와 영업방식의 혁신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을 평가하기엔 다소 이르긴 하다. 가계신용대출의 만기는 통상 1년으로, 그 언저리에 부실 여부가 드러난다. 하지만 영업 기간이 케뱅은 1년 7개월째, 카뱅은 1년 3개월째로, 첫해에 내준 신용대출의 만기가 이제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신용대출은 마통이든 일반신용대출이든 직장에 변동이 없고 급작스러운 대출급증이 없다면 만기 연장이 되지만, 그 사이 직장을 잃었거나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등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일부라도 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 대개 그럴 때 부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케뱅에서 중저신용자용 상품들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케뱅의 대표 중금리 상품인 슬림케이신용대출은 연체율이 7월 1.4%에서 9월 1.89%로 0.49%포인트 높아졌다. 카뱅의 비상금대출과 비슷한 소액대출로 중저신용자 수요가 컸으나 지난 6월부터 판매가 중단된 미니케이간편대출은 연체율이 7월 2.2%에서 9월 2.73%로 0.53%포인트 높아졌다. 물론 케뱅의 평균 연체율은 은행권 전체 평균보다 다소 높은 정도이고 카뱅은 중저신용자 대출도 보증기관 심사를 추가해 보증이 나올 때만 승인하는 까닭에 연체율이 크게 낮은 편이긴 하다. 그러나 올해 은행권이 저금리 상황에 따른 낮은 연체율과 기록적으로 낮은 손실충당금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이런 안정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고,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이 일어날 정도로 금리상승에 대한 경계감은 상당하다.
제윤경 의원은 “금융당국은 제3의 인터넷은행 수요를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인터넷은행의 금리경쟁 효과는 벌써 떨어졌고, 마진과 부실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할 중금리 대출에선 최근 연체율 동향이 우려된다”면서 “철 지난 금리경쟁 성과 홍보에 앞서 당국이 인터넷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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