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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아시아 증시 ‘검은 목요일’…주식시장 언제 봄 올지 알 수 없다

등록 2018-10-11 20:12수정 2018-10-11 21:24

미 증시 폭락 여파로 줄줄이 하락
코스피 4.44% 내려 7년만에 최대
미국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코스피·코스닥 모두 폭락한 11일 서울 을지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코스피·코스닥 모두 폭락한 11일 서울 을지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 급등·달러 강세·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기존 불확실성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미국 증시 폭락 여파로 11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이 일제히 초토화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경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탄탄해보였던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부각되면서 시장에 공포심리가 번진 것으로 분석했다.

■ 코스피 하락률 7년 만에 최대치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8.94(4.44%) 내린 2129.67로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연속 하락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12일(2128.9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 하락 폭과 지수 하락률은 각각 2011년 9월23일(-103.11)과 2011년 11월10일(-4.94%) 이후 7년 만에 최대치였다. 코스피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2014년 4월23일~5월7일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이날 폭락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은 1491조2980억원에서 1425조8620억원으로 65조4360억원이나 줄었다. 하루 시총 감소 규모로 보면 역대 최대치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40.12(5.37%) 내린 707.38로 마감했다.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4원 오른 114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29일(1145.4원) 이후 최고치이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5.22%), 일본 닛케이지수(-3.89%), 대만 자취안지수(-6.3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폭락세를 연출했다. 미국 증시 급락이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는 국채금리 상승 부담과 기술주 불안 우려가 겹치며 다우존스(-3.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29%), 나스닥(-4.08%)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 미 증시 조정, 한국 증시에 가장 큰 리스크요인

김효진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기업의 외형이 성장세였던 지난해엔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했지만, 올해 들어선 주식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전날밤 태평양 건너 들려온 미국 증시의 하락 소식은 코스피를 벼랑까지 내몰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미국 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국내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는다. 더군다나 아시아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한국 시장이 반등 한번 못해보고 휘청거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최고치를 경신했던 미국 증시가 갑자기 허물어진 것은 애플·아마존 등 미국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금리 급등과 세계 경제 불안 등 증폭된 불확실성을 더이상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술주마저 금리 상승에 따른 마진 감소를 우려한다면 이를 대체할 다른 성장주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케이비(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그동안 미국 증시가 견조했던 것은 무역갈등의 승자여서가 아니라 감세로 주당순이익(EPS)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감세 효과는 사라지고 관세·임금·유가 등 비용 문제가 커지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증시 조정은 연말·연초까지 한국증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의 불안함이 노출되자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고, 외국인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이날 하루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약 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4896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약 2조282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잔뜩 얼어붙은 주식시장에 언제 볕이 들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역분쟁과 기술주 실적 악화 등을 불러온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양쪽은 물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오태동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벽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이제는 미국 주식마저도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미국 경제 역시 신흥 시장의 심각한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전히 추가 관세 부과 등을 위협하고 나서는 등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무역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조정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본격적 회복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취약성이 위안화 절하를 심화시키며 원화 약세로 번지고 있다. 추가적인 외부충격이 없다면 코스피 바닥은 2050선 전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완 김수헌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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