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8일 올해 1∼9월 유가증권시장의 투자자별 순매수도 동향(금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3조5574억원 어치를 팔았다고 밝혔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판 종목도 삼성전자였다. 주식 4조1604억원치를 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판 삼성전자의 순매도액은 7조7178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매도 물량은 대부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았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6조73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가 265만원하던 주식을 50대1로 액면분할해 한주당 가격을 5만원대로 낮춘 것도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중이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도 17조5000억원,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해 올해 배당규모는 전년도보다 100% 늘었다. 이런 삼성전자 주식을 외국인과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내다파는 이유는 뭘까?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들어 신흥국 시장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고 있어,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상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파는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고점’을 놓고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보고서와 달리 국내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인 예측이 대세였지만, 최근 들어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는 리포트도 잦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5월 액면분할 뒤 주당 가격이 5만1900원에서 4만4950원(8일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동원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디램(-5%)과 낸드(-11%)의 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하면서 반도체 부문 이익이 2016년 2분기 이후 3년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나온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반도체, 호황인가? 버블인가?’ 보고서는 이미 반도체 업황이 불황에 들어가, 반도체 가격이 2019∼2020년 사이에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률 50%가 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둔 주된 이유가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엘피다·도시바 등 경쟁 기업이 파산해 공급여력이 부족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공급이 정상화되면 버블은 꺼질 수 밖에 없으며 최근 과도한 설비투자로 인해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반면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반도체 업황 뿐만 아니라 신흥국 시장의 전반적인 주가 하락과 연관지어 봐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전체 삼성전자 지분에서 크게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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