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거주 주택 이외의 집이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거주주택 외 부동산’ 비중은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부동산이 가계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4일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가계자산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네덜란드 등 4개국과 한국의 가계자산 구조를 비교·분석했다.
한국의 가계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51.3%로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50.4%로 뒤를 이었고, 네덜란드(45.5%)와 미국(43.8%), 영국(37.4%)은 부동산 비중이 전체 가계 자산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 가계 자산 가운데 거주주택 외 부동산 비중이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 가계의 자산 가운데 거주주택 외 부동산 비중은 13.5%로 비교 대상 4개국 평균인 4.0%의 3.4배나 됐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는 이 비중이 각각 3.2%, 2.8%, 7.9%, 2.2%에 불과했다.
한국 가계는 거주주택 외 부동산을 보유한 비율도 32.3%로 오스트레일리아(20.5%), 미국(14.4%), 영국(10.9%), 네덜란드(6.1%)보다 훨씬 높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거나 거주하고 있는 집 이외에 땅이나 건물을 소유한 가계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거주주택 외 부동산을 유형별로 보면, 토지를 보유한 경우가 17.3%로 가장 높고, 아파트(9%), 단독주택(5.9%), 비주거용 건물(4.7%) 순이었다.
이번 비교에서 한국의 가계 자료는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 금융부문’을 활용했고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2010년, 영국은 2012년, 네덜란드는 2009년의 가계자산 데이터를 각각 사용했다. 국가별 조사 시행주기와 공표 시점에 차이가 있으나 자산 구성비가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지 않는 만큼 비교가 가능하다는 게 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 수익률이 높았던데다 부동산 보유세금도 낮아, 가계의 자산구성이 부동산에 편중됐다”며 “저성장·고령화에 대응해 노후를 준비하려면 환금성이 부족한 부동산 중심 자산구성을 재조정하고 금융상품을 통해 은퇴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