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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한국판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반란 실패

등록 2018-09-19 19:12수정 2018-09-19 21:16

맥쿼리인프라펀드 주총서 국내 펀드와 맥쿼리 격돌
플랫폼 “12년간 5353억원…맥쿼리 몫 너무 많아“
맥쿼리 “정부와 통행료 협상 등 일 많아 적정수준”
맥쿼리펀드가 사업을 하고 있는 전국의 민자도로. 맥쿼리인프라 누리집 캡처
맥쿼리펀드가 사업을 하고 있는 전국의 민자도로. 맥쿼리인프라 누리집 캡처
‘한국판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국내 사모펀드의 ‘반란’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19일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용자회사(이하 맥쿼리펀드)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펀드의 운용사인 외국계 투자회사 맥쿼리자산운용을 교체하자는 안건이 상정됐으나 의결 정족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교체 안건을 주주제안한 국내 사모펀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31.1%(약 1억850만주)의 지지표를 얻었다. 운용사 변경은 총발행주식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번 주총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동안 엘리엇 등 외국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략한 바 있지만, 국내 사모펀드가 외국계 기업을 공략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차종현 본부장 등 맥쿼리자산운용에서 일했던 이들이 뭉쳐 지난해 말부터 이번 주주총회를 준비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직 직원들이 맥쿼리의 구조적인 약점을 알고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파트너스 관계자는 “대표가 직접 나서 고액 자산가들을 설득해 필요한 자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맥쿼리펀드의 지분 4.99%(플랫폼파트너스의 지분 3.11% 포함)를 확보한 이들은 지난 6월5일 맥쿼리펀드 이사회에 서신을 보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엘리엇 등 외국 펀드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포문을 여는 방식과 비슷했다. 이들은 지분을 5%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공시의무가 없는 것을 이용해 조용히 주식을 모았다.

이들의 주장은 맥쿼리자산운용이 투자가 끝난 사업에서 통행료를 걷어 주주에게 배분하는 일만 하면서 많은 보수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맥쿼리펀드는 현재 국내에서 12개 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논산천안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등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서울지하철 9호선에도 투자했다가 요금인상 등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2018년 2분기 운용보고서를 보면 맥쿼리펀드의 최근 5년 수익률은 9.54%에 이른다.

맥쿼리 펀드의 사업구조.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파트너스는 “12개 국내 인프라사업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민자사업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유리한 조건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신데렐라 자산’”인 반면 “2006년 상장이후 펀드의 전체 분배금의 32.1%에 해당하는 5353억원이 맥쿼리자산운용에 지급되는 등 주주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맥쿼리자산운용 쪽은 “국내 다른 주식형펀드의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고, 12개 사업의 경영과 정부와의 통행료 협상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적정한) 시장 가격을 받고 있다”며 “플랫폼파트너스는 단기투자세력으로 인프라사업을 할만한 노하우가 없다”고 반박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주총을 앞두고 지난 8월 기본보수를 8% 정도 내리고, 성과보수를 이전보다 받기 어렵게 만드는 보수 조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양쪽의 공방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갈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글래스루이스는 플랫폼파트너스의 손을 들었다. 아이에스에스(IS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맥쿼리자산운용 교체를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번 대결의 실익은 뉴튼인베스트먼트(8.2%), 한화손보·생명·자산(6.1%), 신영자산운용(6.1%) 등 기존 주주들이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펀드의 민자도로를 다니는 시민들이 내는 많은 통행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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