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이 신용카드사, 통신사 등과 손잡고 헬스케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걸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의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데, 이종 간의 협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에이스손해보험은 17일 케이비(KB)국민카드와 손잡고 ‘처브 다이렉트333 3대질병보장보험(갱신형)’을 출시했다. 20~60살 성인을 대상으로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3대 질병 진단비와 수술비, 입원비를 지원해주는 상품으로 5년 단위로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많이 걸으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건강관리 앱인 ‘더 챌린지’를 내려받아 하루 약 6700보(10개월간 200만보)를 걸으면 가입 1년 뒤인 13회차 보험료부터 1년 동안 보험료 10%를 깎아준다. 제휴업체인 KB국민카드 라이프샵(Life #)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할 수 있고, ‘KB국민 가온 워킹업카드’ 회원이면서 전달 30만원 이용실적·30만보 이상 걷기에 성공하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2% 포인트를 쌓아준다(상한 1만포인트).
지난달 24일에는 에이아이에이(AIA)생명이 에스케이텔레콤(SKT)·에스케이 씨앤씨(SK C&C) 등과 손잡고 ‘AIA바이탈리티 × T건강걷기’를 출시했다. AIA생명 또는 SKT 고객이 바이탈리티 앱을 깔고 하루 7500보를 걸으면 50포인트, 1만2500보를 걸으면 100포인트를 쌓아준다. 주간 단위로 목표량을 채우면, 멤버십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받고, 매주 통신요금 할인 또는 스타벅스 커피 등 3천~4천원 상당 쿠폰을 받을 수 있다.
흥국생명도 지난 3일 하루 평균 걸음수 7천보 이상일 때 6개월 도안 납입한 주계약 기본보험료의 7%를, 1만보 이상일 때는 10%를 환급해주는 ‘(무)걸으면배리굿 변액종신보험(저해지환급형)’을 출시했다. 이외에 삼성화재는 건강보험(5만원 이상) 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달리기·걷기·하이킹 세가지 중 하나를 정하도록 하고 하루 목표 걸음을 달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해주고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애니핏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운동(걷기)과 보험료를 연동시킨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고령화·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의료비(보험금) 부담 증가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는 65살 이상 노인이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6.8%에서 2020년 45.6%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율도 0.8%p 높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의 8배에 달한다. 건강수명 증대는 사회적 이슈이지만, 보험사들로서는 손해율과 직접 관련이 있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11월 헬스케어와 보험산업의 융·복합 활성화를 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대형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가입자들에 무료로 웨어러블 기기를 지급하고 일일 활동목표를 달성하면 상품권을 지급하는 신생 보험사들도 있다.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협업도 활발하다. 한국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 인프라는 좋지만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해) 보험사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이제 (걷기와 보험료를 연계시킨) 비교적 초보적인 헬스케어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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