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완 기자
“스튜어드십코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단번에 해소해 줄 것 같은 과도한 기대나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란 기업의 과잉 우려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열린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컨퍼런스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기관투자자의 요구를 기업이 수용해 조처하기까지 평균 34개월, 최대 12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반복적인 대화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장기 투자전략”이라고 했다. 기업 가치의 영향도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주주권 행사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토론자로 나선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 스튜어드십코드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미국 등 국외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 한국은 9.2%, 일본은 9%, 미국은 14.8%였다. 우리 보다 큰 경제인 미국에서 이익률이 잘 나오는 이유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30년 동안 적극적으로 주주 관여와 모니터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원일 대표는 지난해 제너럴일렉트릭과 포드 회장 등이 주주들에 의해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제조업이 무너진 영국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우리나라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 제도를 도입해야하나”고 반문했다.
이날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주주권 행사 확대와 기업의 장기가치 제고’ 세션 발표를 통해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우려 대신 5%룰 경영참여 판단기준을 어떻게 합리화할지 등에 논의가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5%룰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가진 투자자가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 등을 공시하는 규정이다. 현재는 연기금 등에 한해 보유목적이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일 경우 공시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더라도 공시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영참여에 대한 국민연금의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송홍선 위원은 5%룰에서 중요한 경영참여의 판단 기준의 참고사례로 미국의 경우를 들었다. 한국은 주주제안 법률행위 자체를 경영참여로 보지만, 미국은 주주제안 의제의 중대성을 본다는 것이다. 미국은 단순투자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통상적인 주주제안(이사선임때 과반수의결 도입과 포이즌필 폐지 등)과 경영자 보상, 사회 및 환경 이슈 등을 포함시켰다.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보다 폭넓게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